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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무릎 꿇린 '데이터 커피': 루이싱 커피

유한킴벌리 X 미래ECP X 유니토아 임직원 분들을 위한 인사이트

by 윤승진 대표

"커피를 파는 IT 기업." 중국의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를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표현입니다. 2017년 설립된 이 브랜드는 회계 부정 스캔들이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딛고, 최근 매장 수와 매출 규모에서 난공불락 같았던 스타벅스를 추월하며 중국 커피 시장의 왕좌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깎아서 이긴 것이 아닙니다. 2025년 12월 발표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루이싱의 승리는 철저한 '디지털화'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덕분이었습니다. 거인을 쓰러뜨린 루이싱의 4가지 혁신 전략을 해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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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Brand Identity: 카페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루이싱 커피는 태생부터 일반적인 F&B 기업과 달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기술 주도형 리테일 기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을 인테리어가 아닌 '앱 개발'과 '데이터 시스템'에 쏟아부었습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서 직원의 얼굴을 보고 주문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루이싱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플랫폼을 작동시키는 매개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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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영의 디지털화: 사람이 커피를 찾는 게 아니라, 커피가 사람을 찾는다

루이싱의 가장 큰 특징은 100% 모바일 주문 시스템입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운영 효율의 극대화를 가져왔습니다.

① 디지털 폐쇄 루프 (Closed Loop) 고객 유입, 주문, 결제, 수령, 재구매까지 모든 과정이 전용 앱이나 미니프로그램 안에서만 이루어집니다. 2024년 기준 온라인 주문 비율은 90%를 넘었습니다. 현금도, 카드 결제 단말기도, 주문받는 직원도 없습니다.

② 데이터 자산화와 AI 알고리즘 주문이 디지털로 기록되기에 고객의 입맛, 구매 시간대, 가격 민감도 등이 고스란히 데이터로 쌓입니다. 루이싱은 이를 바탕으로 AI가 최적의 매장 입지를 선정하고,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합니다. 직원은 오직 '제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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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품 개발의 혁신: 직관을 버리고 데이터를 믿다 (루이싱 속도)

전통적인 식음료 기업이 경영진의 직관과 느린 시장 조사로 신메뉴를 만들 때, 루이싱은 철저히 데이터를 따릅니다.

① 데이터가 발견한 히트작, '생코코넛 라떼' 주문 데이터에서 고객들이 우유 옵션을 '코코넛 밀크'로 변경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이를 즉각 반영해 출시한 '생코코넛 라떼(生椰拿铁)'는 루이싱을 구원한 메가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② 압도적인 출시 속도와 검증 2021년 113종, 2022년 108종. 거의 매주 신메뉴가 쏟아집니다. 화제성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빠르게 제품화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2023년 중국 고급 백주 마오타이와 협업한 '장향라떼'가 출시 첫날 매출 190억 원을 기록한 것도 철저한 데이터 기반 기획의 승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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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케팅 전략: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사유영역(Private Traffic)'

네이버나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의 광고비가 치솟는 시대에, 루이싱은 자신들만의 가두리 양식장, 즉 '사유영역(Private Traffic)'을 구축했습니다.

① 기업위챗(WeCom)의 가상 직원 매장 방문 고객을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기업 메신저 그룹으로 초대합니다. 이곳에는 'Welfare Officer(복지 담당관)'라는 가상의 직원이 상주하며 매일 아침 맞춤형 쿠폰과 신메뉴 소식을 전합니다. 이 전략은 고객의 월 소비 빈도를 30%나 끌어올렸습니다.

② 공감형 콘텐츠 매트릭스 틱톡(Douyin) 등 숏폼 플랫폼에서 단순 제품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의 애환', '사무실 상황극' 등 타겟 고객이 100%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유입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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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매장 전략: 공간을 버리고 효율을 취하다 (Pick-up Model)

스타벅스가 머물고 싶은 '제3의 공간'을 지향하며 임대료가 비싼 대형 매장을 고집할 때, 루이싱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① 90%가 픽업 전문점 루이싱 매장의 90% 이상은 6~18평 규모의 초소형 픽업 매장입니다. 좌석을 없애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② 공격적인 침투 낮은 진입 비용 덕분에 오피스 로비, 대학가 도서관 앞 등 핵심 상권의 틈새를 빠르게 파고들었습니다. "공간이 필요한 사람은 스타벅스로 가라, 우리는 카페인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빠르게 커피를 주겠다"는 명확한 이분법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Editor's Note] 만나통신사 참가자분들을 위한 요약

루이싱 커피의 부활은 단순한 요식업 성공 사례가 아닙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비즈니스의 구조를 바꾸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입니다.

데이터 주권: 배달앱 등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자사만의 채널(앱, 멤버십)이 있습니까?

제품의 객관화: "감이 아닌 데이터로 만들어라." 고객의 사소한 행동 데이터(옵션 변경 등)에서 니즈를 발견하고 있습니까?

매장의 재정의: 무조건 크고 좋은 매장이 정답은 아닙니다. 고객의 방문 목적(체류 vs 픽업)에 맞춰 비용 구조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사유영역 구축: 한 번 온 고객을 놓아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우리만의 커뮤니티가 존재합니까?

루이싱은 커피를 팔기 위해 IT 기술을 도입했고, 데이터로 의사결정했으며, 모바일로 고객을 가두었습니다. 이것이 2025년,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살아남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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