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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명동 격인 상하이 난징동로(Nanjing Road). 이곳에 관광객과 노인들만 찾던 낡은 백화점 '화련상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 건물은 완전히 다시 태어났습니다.
재개장 18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500만 명, 매출 5억 위안(약 950억 원). 이제 이곳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게임 팬들이 캐리어를 끌고 찾아오는 '백련ZX 창취장(百联ZX创趣场)'이 되었습니다. 죽어가던 건물을 중국 최초의 '2차원(ACG) 문화 성지'로 뒤바꾼 백련그룹의 수직적 커뮤니티 전략을 해부합니다.
0. Place Story: "모두를 위한 백화점은 죽었다"
전신인 '화련상사'는 전형적인 구식 백화점이었습니다. 하루 방문객은 6,000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뜨내기 관광객이 70%였습니다. '중화제일가'라 불리는 난징동로의 비싼 땅값을 생각하면 참담한 성적표였습니다.
백련그룹은 결단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어정쩡한 백화점을 버리고, 특정 집단이 미치도록 열광하는 공간을 만들자." 그들이 주목한 것은 Z세대의 하위문화인 ACG(Animation, Comic, Game)였습니다. 그들은 과감하게 건물의 모든 층을 굿즈샵, 피규어 전시장, 테마 카페로 채우는 도박을 감행합니다.
1. 공간 전략: 단점을 '성지'로 바꾸는 마법
백련ZX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하철과 연결되지 않았고, 면적은 좁고(5,400㎡), 층수는 높은(7층) 답답한 구조였습니다.
① 목적지형 상업 시설 (Destination Retail)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반다이, 애니메이트(Animate) 등 글로벌 핵심 IP 브랜드를 설득했습니다.
결과: 전체 입점 매장의 60% 이상을 '첫 매장'으로 채웠습니다. 중국 최초의 '타마시이 네이션즈'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들어오자, 팬들은 엘리베이터가 불편해도 기꺼이 7층까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② 수직적 밀도 높이기 좁은 바닥 면적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이 1층부터 7층까지 순차적으로 탐험하도록 동선을 짰습니다. 층마다 다른 IP와 콘텐츠를 배치하여, 고객이 건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던전'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2. 타겟팅 전략: 인구통계가 아닌 '덕력'을 믿다
백련ZX는 고객을 나이나 성별로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취향 공동체(Circle)'로 정의합니다.
① "당신을 이해합니다(我懂你)" 건물 외관은 만화책의 '말풍선'처럼 디자인했고, 내부 곳곳에는 유명 애니메이션 명대사를 새겨두었습니다. 이곳은 쇼핑몰이 아니라, "우리는 당신의 덕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대한 커뮤니티입니다.
② 굿즈(Guzi) 이코노미 이곳에서 팔리는 상품은 생필품이 아닙니다. 실용성은 없지만 정서적 만족감이 높은 '굿즈(Goods)'입니다.
인사이트: 팬들은 굿즈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백련ZX는 단순 판매를 넘어, 굿즈를 매개로 팬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사회적 소비'를 유도했습니다.
3. 운영 전략: 임대업자가 아닌 '보모(Nanny)'가 되다
백련ZX는 입점 브랜드에게 월세만 받는 '건물주'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인큐베이터'를 자처했습니다.
① 보모식(Nanny-style) 운영 지원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굿즈 샵이 오프라인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부터 마케팅, 팬덤 이벤트 기획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쇼핑몰을 떠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운명 공동체'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② 끊임없는 이벤트 (Content Operating) 개장 후 450회 이상의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코스프레 행사, 작가 팬미팅, 카드 게임 대회가 열립니다. 건물은 고정되어 있지만, 콘텐츠는 매주 바뀝니다. 이것이 팬들이 매주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입니다.
4. O2O 전략: 메타버스까지 확장된 덕질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자체 미니 프로그램 'Meta ZX'를 개발했습니다.
디지털 줄서기: 한정판 굿즈 발매 시 온라인 추첨을 통해 오프라인 인파를 관리합니다.
커뮤니티 연결: 16만 명 이상의 회원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합니다. 회원의 90% 이상이 40세 이하로, 가장 젊고 구매력 있는 DB를 확보했습니다.
[Editor's Note] 만나통신사 참가자분들을 위한 요약
백련ZX의 성공은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는 '취향의 깊이'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간 재생의 해법: 낡은 상가를 살리는 것은 페인트칠이 아니라 '확실한 콘텐츠'입니다. 어설픈 대중성보다 확실한 마니아층을 겨냥하십시오.
수직적 커뮤니티: 한국의 K-POP, 웹툰 팬덤은 세계적입니다. 이들을 위한 '오프라인 성지(Vertical Mall)'를 구축한다면 제2의 백련ZX는 서울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관계의 비즈니스: 고객을 '소비자'로 보지 말고 '팬'으로 대우하십시오. 그들이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 매출은 따라옵니다.
백련ZX는 물건을 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외로운 도시의 Z세대에게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와 '함께 놀 공간'을 팔았습니다. 이것이 죽어가던 백화점을 살려낸 유일한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