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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동삵쾡이 May 09. 2019

금호동

에서 어딘가로 걷기

BGM : 존 메이어 - who says

https://www.youtube.com/watch?v=4qyrBRn1s3I


어린 시절에, 좋아하던 사람에게


내가 열심히 하면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한마디였지


"누가 그래? 열심히 살면 행복해진다고?"




32살의 여름이 지나가면서 새삼 생각이 난다.



회사앞에서 버스를 타고 잠시 달려서


금호역에서 버스를 내리면


 


좋은 밤이야



다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나요?



집에 가나



마음은 여기서 그냥 집으로 쭉 지하철 타고 가자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기왕 나온거 걸어봅시다


마을버스가 주차 금지 구역에 정차 하고 있음...


불법인가 아닌가 애매한 상황



금호역 주변은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이고 시장앞까지 상가가 한줄로 길게 있어


아파트 주민들 편하겠다



어릴때 저런 이발관에서 머리자르는데


이발소 할배가 바리깡으로 내 귀를 밀어 버렸었지


아직도 비오면 귀가 시려



평범한 주택가 앞의 상가



뒤쪽은 야트막한 아파트


근데 사실 이동네 은근 비싸다


물론 상대적으로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이지만



왠지 2002년 무렵하고 달라진게 없는 듯한 상가



이상하게 이발소가 많네


두개 돌아간다고 퇴폐업소인거 아니다 이제


정상적인 업소도 두개 잘 돌림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운데 화단



인도가 좁다


아마 차도를 넓히면서 좁아졌거나 상가에서 저렇게 뭔가 내놓아서 밀린듯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다들 어딘가 바쁘게 향하는데 


나는 왠지 모를 한가한 기분을 즐기는거같은 기분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목적은 그냥 이 글쓸 사진찍는거 뿐인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고 계속 자위하며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간다


대상을 사진촬영이 아니라 인간사냥으로 바꾸면 좀비랑 같은게 될거같다



이러니까 여친이 안생기지


나도 사실 여자좀 만나고 즐거운 연애도 하고 여친 사진도 뿜뿜 찍어주고 히히 잘나왔지 히히히히히


그런거 하고 싶은데


아직도 전여친의 "오빠는 게임도 돈없고 현실에도 돈이 없네" 라는 말을 자다가 꿈으로 꾼다


트라우마 생겨서 항상 내가 모자라고 한심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빨리 잊어야지



시장통이다


어르신들이 탁배기 한사발 하고 나오시는지 얼굴이 불타오르신다


안주도 좀 드시지



지나가다 안쪽을 봤는데 파장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내 결혼 운세 같네


없어..사람이..



도로 마저 텅텅


사실 신호 걸린거야 때되면 온다



밤거리를 걸을때 마다 생각하는건데


사실은 나도 누구한테 사랑받고 싶고


회사 일끝나고 집에오는길에 오늘도 수고했다고 얼른 들어가서 푹쉬라고 사랑한다고 그런말 듣고 싶은데


막상 그런 사람이 생기면 그건 그거대로 걱정된다



남들도 다하는데 연애는 안하니?


남들 다하는데 결혼은 해야겠지?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하면 하는거고 말면 마는거라고 웃어 넘기긴 하는데


솔직히 하기싫어서 안하는것도 아닌데 지겹다



평범하게 여자인간 만나서 같이 공원좀 걷고 영화 하나 보고 밥먹고 웃으면서 손흔들고 헤어지고


남들한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일텐데


나는 팔다리도 다있고 오장육부도 제정신인데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그런생각을 하면서 봉구스 밥버거로 저녁을 때웠다


봉구스 밥버거는 제육이 제맛입니다 여러분



친구놈도 말했지만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것 처럼 뭔가 떠벌떠벌 하는것이 


주 원인 인거 같다



그래서 인지 나랑 만나면 누적 3시간까지는 재밌어 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제정신이 아닌거같다고 그러더라고



저기 사진관 간판에 코닥 마크가 있어서 찍었다


어릴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코닥 마크, 코닥 카메라, 코닥 필름


이젠 내 유년기와 청년기 사이의 구분자 같은 느낌



다행히 디지털 사진기술은 쑥쑥 발전하여


나같은 똥멍청이도 카메라 들고 두어시간 돌고


포토샵으로 몇십분 삽질을 하면 


이런 글을 한편 써낼수 있는 간편한 세상이 되었다


좋은 세상이야



어느 한산한 식당의 밤


장사 안되나



금호 사거리를 지난다


여긴 버스 자주 오네


나는 집에 갈 때 "12 정류장 전"(시간은 안 나옴) 본 적도 있는데


여긴 고작 12분



헬로우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이 있는 모양


아이들이 쳐발쳐발 해놓은 듯한 그림이 재밌다



밤거리의 공기가 슬슬 서늘해진다


몇주정도 지나고 나면 곧 가을을 지나 추운 날이 오겠지


겨울이 되면 혼자 아무도 없는 한강에서 맥주에 치킨 먹고 싶다


치맥은 그럴때 해야 맛있음



다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간다


목적지는 있어서 가는거 겠지


내 목적지는 어디인가



슬슬 배가 고파졌다



몰라 뭐야 이거



빵집에서 빵사먹을까 했는데 쇼윈도우에 비치는 내 상태가 너무 추레해서 안들어갔다



뜨끈한 국밥에 소주한잔하고


침대에 기어들어가 한숨 푹 자고싶다



뜨끈한 국물에


후추랑 들깨 듬뿍 넣고 파 썰어놓은거 두숟갈 넣고 소금으로 간하고


흰 쌀밥 팍 말아서 한술 크게 뜬 다음


거기에 겉절이 김치 챡 얹어서 한입에 우걱우걱 하고 싶다


빨리 쓰고 자야지



사람이 없어서 좀 을씨년 스럽다


뭔가 공사를 하는지 펜스가 크게 쳐있었음



뭔가의 건물과 그앞의 고양이 형제


성별은 모르지만 형제일거 같았다



배가 고프긴 한데 시간이 늦어서 따로 뭘 먹지는 않기로 했다



김밥이라도 한줄 먹을껄



저긴 또 어디 방향이지 하다가 네이버 지도 보고 걍 갈길로 감



안녕 금호동



근데 사실 여기도 금호동이라는거같다



오래되어 보이는 낚시 가게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TV를 보고 계셨다


왠지 정겨운 기분의 가게



한복 마네킹 무서워



구제의류를 파는거같은데 물건이 잔뜩 쌓여만 있어서 그냥 이거 하나 찍고 지나쳤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디로 가려나



한참을 올라갔으니 하강중


시민호프에는 시민이 한분도 안계셨다



배달의 기수와 택시


속도 경쟁하듯이 둘다 쌩하고 올라간다



승용차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가고 있었다


집에가면 바가지 긁는 마누라 라도 기다리나


길도 한산한데 몹시 천천히 가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라는데 무슨 인던 출입구같이 해놨다


뜬금없는데 반대편 입구는 한참을 가야 되는거 같으니 함리적 이라고 이해해드림



허름해보이는 상가를 따라가면



어릴때 가본 친할아버지 댁이 이런 분위기 였는데


몇번 가보진 않았지만



멀리 동대문 방향이 보인다


지금 쯤이면 의류 시장은 한창이겠지



얼른 집에 가야겠다



달려야 겠다






택배 아저씨 늦은시간인데 수고하세요


덕분에 물건 삽니다 히히



그래봐야 우체국 택배로만 받지만


다른 택배는 잘 안쓰게 된다 우체국 택배 짱짱맨



배 너무 고파서 편돌이 김밥 먹고 집에 간다


블로그에 처음 써봤는데 좀 어색하다


다시 내 느낌을 찾아가봐야지


늦었는데 얼른 자고 내일도 힘내자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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