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훈 Aug 04. 2024

10km+5km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_1

동아마라톤, 줄여서 동마라고들 부른다. 국제기록이 인정되는 공인대회이다. 풀코스를 비롯해 딱 잘라 반만 뛰는 하프코스, 10km 그리고 이어달리기 형태로 참여하는 단체종목도 있다. 매년 3월 일요일에 개최되며, 접수 시기가 점점 빨라져 2025년 대회는 벌써 마감되었다(예전에는 1월에 신청을 받았는데 지금은 일 년 전에 모집하고 순식간에 마감된다).


마라톤은 어느 일요일 아침 볼거리를 찾아 TV 채널을 넘기다 관심 없이 스쳐간 대회 중계에서나 봤지 내가 달리는 건 상상도 안 했다. 


지인의 강권으로 용기를 내었지만, 막상 접수하려니 마음이 갈피를 못 잡는다.


“신청했다가 당일날 중요한 일정이라도 생기거나 감기라도 걸리면 접수비만 날릴 텐데 “

“완주에 실패하면 여러 사람에게 팔릴 쪽은? “

“비라도 온다면?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4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뛰는 것은 자신 없었다. 장시간 비 맞고 뛰면 급격한 체력, 체온 저하로 중도 포기할게 눈에 선했다. 


접수마감일이 코 앞이다. 

추천한 지인에게는 신청 마감일을 깜빡해서 접수를 못했다고 할까? 

여러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저녁 시간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참가를 권한 지인이다.


“내일까지 신청이에요. 꼭 하세요!”


떠밀리듯 일단 접수를 하고 마라톤 참가자들의 후기, 준비사항 등이 나와 있는 자료를 본격적으로 찾아보았다. 용품은 물론 참가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소개한 자료가 꽤 많았다.

남은 기간은 2개월 남짓.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체력과 경험을 쌓는 게 시급했다.  지금껏 가장 멀리 달려본 거리는 고작 10km이다.


마라톤 완주 비법을 소개하는 책도 샀다. 대부분의 자료가 세심하게 매일 뛰어야 할 거리와 시간을 기반으로 훈련계획을 제시하고 있었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더 많은 부담이 생겼다. 

처음엔 일상에 지쳐 혼자이고 싶어 인적 드문 곳을 찾아 걸었다. 걷다 보니 뛰고 있었고 뛰다 보니 달리는 것이 좋아졌다. 하지만 육상 선수처럼 매일 계획 거리를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을 덮게 만들었다. 


마라톤 참가를 의무나 책임으로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저 즐기자. 뛰다가 도저히 안되면 그만 뛰면 된다. 대회 참가소식을 주변에 알리지도 알릴 필요도 없다. 마라톤 신청을 아는 건 가족, 그리고 마라톤을 추천한 지인 이렇게 나까지 넷뿐이다.   


Just do it!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자료 검색을 통해 풀코스 완주 후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기간으로 보름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대회일을 기준으로 2주 전에 30km까지 달려보고 참가하기로 했다.  

핸드폰 캘린더를 열었다. 평소 10km까지 뛰어 봤으니 15km, 20km 그리고 적어도 대회일 2주 전 토요일에 30km까지 뛰어볼 결심을 했다. 속도와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평온한 토요일 아침, 전쟁에 나서는 비장한 결심으로 생애 첫 15km 달리기에 나섰다. 혼자 가볍게 뛰고 오면 되는데 이게 뭐라고 긴장이 많이 됐다. 늘 뛰던 코스에서 출발해서 2.5km만 더 뛰고 돌아오면 된다. 


늘 뛰던 출발지점에 이르러 핸드폰 러닝 어플과 스마트 워치를 세팅했다. 


의식적으로 느리게 출발했다. 되도록 시간과 페이스를 보지 않기로 했다. 평소 달리기와 동시에 떠오르던 오만가지 잡생각은 온데간데없고 긴장한 탓에 머릿속이 하얗다. 


속도나 기록 확인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달려 나갔다. 숨이 차오르거나 피로감은 없었다. 익숙한 풍경을 지나 어느덧 시야에 5km 반환점이 들어온다. 오늘은 이곳을 지나 2.5km 더 가야 한다. 이전에 오지 못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을 즐기며 드디어 7.5km 지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다. 육신의 어느 부위에서도 통증이나 불편감은 없었다. 갈증도 심하지 않다. 이제 온 만큼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기록은 신경 쓰지 말자. 느리더라도 걷지만 말자. 


대략 12km 정도 지났을까? 약간의 허기와 갈증이 느껴졌다. 15km를 멋지게 완주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로 흠뻑 땀을 냈으니 죄책감 없이 맥주를 양껏 마실 것이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손길을 기다리는 세계 여러 곳의 맥주를 골고루 맛보리라. 이런 상상을 하며 15km를 무사히 완주하고 시원한 맥주 4캔으로 수분을 보충했다.   


기록은 1시간 44분, 대략 1km 7분 페이스


작가의 이전글 명상을 하는 또 다른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