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에게 느낀 愛情

이해받고 있다는 순간

by 세성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을 때

고모가 하는 말은 평소와 같았다.


"그냥, 잘 지내는가 해서."




별 다른 말을 없었다. 병원은 아직 같은 곳에 다니고 있는지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등 그저 평범한 안부인사.

그 일상적인 말속에도 나는 언제 그 말이 나올지 몰라

긴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여전히 전화가 두려웠다.

그래도 받았다.

방어할 단단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하지만 다른 건 없었다.

고모는 여전히 내 안부를 물었고 틈틈이 걱정했다.

그날 일에 대한 언급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점점 고모라는 글자를 봐도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뭘 원하거나, 책망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나의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느낌에 안도했다.


불신으로 가득했던 통화가 어느새

여느 고모와 조카처럼 편안한 대화로 가득 찼다.


고모를 믿기로 했다.

그래서, 내게 일어난 새로운 일들을 공유하고

조용히 웃기도 했다.


고모가 모를 리 없었다. 이 모든 일을.

그저 나를 배려하고 있는 것일 뿐.

고모도 알 것이다.

할머니와 연을 끊어본 사람이니까.


그 나긋한 배려가 새삼 고마웠고

진심이 묻어나는 한 마디에 울컥했다.


그래서 나는 고모와는 실을 끊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 한 명은

나를 생각하고 알아준다는 것이

그게 가족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keyword
이전 12화전화가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