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풍요
지난 일요일,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SS501의 20주년 기념 콘서트에 다녀왔다. 세 명의 멤버가 FIVE O ONE이라는 이름으로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그 콘서트는 다른 콘서트보다 특별했다. 이제는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그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멤버들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내겐 너무나 소중한 의미였다. 나는 그곳에서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들뜨고, 소리 지르고, 감격했다. 15년 만에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그들의 진심 어린 말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처음으로 가수의 콘서트에 가봤다. 예전이었다면 혼자 가기 겁나고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기회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용기 내어 갔더라도 다른 사람 눈치보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큰 고민 없이 티켓을 예매했고, 혼자 백팩을 매고 서울로 향했다. 계획대로 올림픽공원 옆에 있는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글을 쓰며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올림픽 홀 앞에 전시되어 있는 그들의 사진 앞에서 셀카도 찍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외국인과 사진 품앗이도 했다. 당당하게 굿즈 부스에 가서 포토카드와 자체 제작 티셔츠를 사고, 공연을 앞두고 그들을 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콘서트장 분위기를 만끽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누구보다 뜨겁게 공연을 즐겼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응원법에 맞춰 풍선을 흔들며 응원 했다.
그런 모든 순간에도 마음은 고요했다. 내게는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점심을 먹고, 콘서트장에서 대기하는 소소한 장면들을 남자친구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하고 있으면 불안이란 것이 곁에 오려다가도 훅 날아갔다.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무의식 속에 도사리던 걱정들이 하나둘 해소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슨 일이든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든든했다.
예전의 나는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낯선 사람과도 곧잘 이야기하며, 이야기 후에 '이렇게 말한 게 맞았나?','나를 안 좋게 생각하면 어떡하지?','이때는 이렇게 말하지 말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와 같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게 되었다.
혼자 보낸 하루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가 내 마음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 존재는 내게 무조건적인 용기이자, 큰 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