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사랑니, 위아래 한 쌍을 뽑았다.
치아가 잇몸에 덮여 있어 충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 때문이었다.
사랑니를 뽑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온몸이 두려움으로 덜덜 떨렸다.
‘애도 낳았는데, 이 하나 못 뽑으랴.’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설명과 안내 속에
연장으로 못을 빼내듯
사랑니는 ‘뚜둑’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되도록 뽑지 않으려 했던 사랑니였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또 쉽게 결정을 내리게 됐다.
사랑니 하나 뽑는 것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먼 훗날을 걱정하며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지혈을 위해 2시간 동안 거즈를 물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 말고는 체감되는 건 없다.
"그동안 내 몸의 일부였던 사랑니야,
고마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