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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권리는 다중우주인가, 사회적 실험의 일부인가?

by 이소정



창작자의 머리에는 우주가 산다. 남들은 모르는 유일한 우주를 종이 앞에 펼쳐놓는다. 그런데 누군가 그 우주의 한켠을 포크로 슬쩍 떼어먹듯 가져가 자신의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면, 그때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그 조각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의미를 부여하고 제목과 가격을 붙여 세상에 내 놓기 시작하는 순간 ‘저작권 침해’는 시작된다.


창작물의 권리라는 건 언제부터 정의되었던 걸까?


까마득한 옛날 그저 두루뭉술 어물쩡 너의 것이 나의 것이 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김 씨가 한 말이 이 씨가 한 말이 되고 그걸 들은 홍 씨가 종이에 써 놓았더니 궁중까지 흘러들어가 결국 책사 변 씨의 널리 알려진 것이 되었던 때 말이다. 박 아무개가 쓴 연애편지를 정 아무개가 주워 찻집에서 낄낄댔더니 우연히 지나가던 최 선생님이 그걸 듣고 노랫말로 써 불러 유명해지던 시절 일 수도 있다. 그 시절에는 누군가 ‘원작자의 권리’를 주장하면 그저 ‘좀스러운 생색’ 정도로 치부했을 수도 있다. ‘좋은 것을 다 같이 읽고 다 같이 보면 좋은 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때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세상에 나오는 순간 ‘저작물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그 이상하고 묘한 원작의 권리는 다중우주처럼 여전히 이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누군가 어느 책에 나온 글이 마음에 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공유가 되고, 또 누군가 사진이나 영상에 입혀 2차 가공을 하고, 또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그걸 번역하여 재창조 시키며 세포증식을 해 다중우주가 되어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저작물과 텍스트의 홍수 속에 헤엄치고 있다. 기술은 점점 더 진화하고, 공유는 빨라지고, 눈가림은 교묘해지고, 창작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또한 여전히 ‘좋은 것을 다 같이 보는 게 결국 좋은 것이다’라는 공리주의적 인식으로 저작권 침해에 관해 관대하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런 인식은 저작물의 원작자가 모호한 가치를 위하여 희생해야 한다는 오류가 담겨있다. 표절자나 가공자의 이득, 창작 생태계의 혼란도 함께 말이다.



다행이도 시간이 흘러 우리 사회는 이 다중우주를 여러 측면으로 제어하고 있다. 공식 기구에서 법률적 토대를 만들어 보호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짜깁기를 제어하는 장치가 진화하고 있다.


서구권에선 도서관에서 책을 한 장만 복사해도 저작권 경고가 따라온다고 한다. 사소한 행위 조차도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행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들의 저작권 개념이해와 존중하는 태도는 오래 전부터 실천해온 법률적 제재 뿐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과 대중 교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따라주는 시민들의 의식수준과 도덕적 양심 역시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 또한 계속해서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결국 법률적 제도장치의 교육과 함께, 창작자의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양심’으로부터 지켜질 우리들의 저작권 인식 개선을 계속해서 책상 위에 담론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모든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주체는 결국 인류다. 그리고 그들의 창작물을 소비하며 행복을 느끼는 독자들 역시 인류다. 창작물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들을 우리는 법률과 제도라는 최소한의 장치로 막을 수 있겠지만 ‘원론적 차단’은 결국 전체 사회인들의 양심과 인식향상에 달려있다.


물론 문학의 관점으로는 ‘상호텍스트성’을 언급할 수도 있다. 하늘아래 존재하는 모든 문장이나 이야기는 이미 기묘하게 얽혀있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서를 교란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가 결국 창작자의 의지를 꺾게 할 ‘어려운 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지적 산물’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실험’을 너머 ‘다중우주’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수많은 창작물이 아름답게 상생하는 완벽한 공중정원을 지향하며, 우리는 오늘도 원초적인 예술혼에 기대어 창작하고 또 양심에 기대어 소비 할 것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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