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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나 Sep 16. 2021

나의 첫 러닝 도서 <아무튼, 달리기>

그리고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도서명: 아무튼, 달리기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저자: 김상민

출판사: 위고




회사 독서 포인트를 통해 이 도서를 구매하게 되었다. 일 인당 2만 원의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아버지께서 읽어 보고 싶다고 하신 '지독한 하루'를 장바구니에 넣고 나니 포인트가 7천 원 정도 남았는데 안 쓰면 그대로 소멸되는 게 아까워 사비를 조금 들여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한 권 더 고르기로 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마도 러너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러닝 관련 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언젠가는 읽게 될 하루키의 책이지만, 우선 우리나라 달림이(러너)의 달리기 정서에 가볍게 먼저 공감해보고 싶다는 나의 고집에는 <아무튼, 달리기>가 두껍지도 않고 적당해 보였다.

아무튼, OO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

지난여름, 개인적으로 '(일단) 100일간 매일 달리기'를 나 자신과 약속했고, 유독 길게 느껴졌던 장마와 무더위 그리고 습함 속에서도 다행히 그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작가는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보고자 어쩌다가 달리기를 시작해 나중엔 중상급 이상의 러너로 성장했다. 다만, 나 같은 경우 처음부터 달릴 생각이 있었던 것도, 달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체중 감량을 위해 집 근처 운동장에서 빠르게 걸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시행된 재택근무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날에는 한 시간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활용해 동네 마실과 걷기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저녁시간을 활용해 빈도수를 늘려간 것이 결국 러닝 기초체력의 초석을 체계적으로 닦은 시간이 된 셈이다. 쓰고 보니 나의 러닝 입문의 계기는 코로나 덕분(?)인 것 같다. 물론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을 기르자는 목표,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추억은 고사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일도 없이 흘러가던 올해(당시 2020년)가 끝나기 전에 뭐라도 한다는 초보 러너의 호기로움도 한몫했지만. 


꾸준한 틈새 걷기를 통해 체중이 어느 정도 감량되고 나니, '조금은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욕심에 가까운 마음이 신기하게도 고개를 쳐들었다. 체중감량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뛰어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다. 그때부터 걷기는 걷뛰(걷기+뛰기)가 되었고 그렇게 걷뛰걷뛰가 나중에는 뛰뛰(?)로 진화하게 되었다.


나도 그러했듯이, 작가는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단 5분간 쉬지 않고 달리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나중에는 하프코스와 풀코스에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단련해나갔다. 나의 최장거리 러닝 기록은 아직 하프코스를 갓 넘긴 22km 러닝이며 10km 최고 기록은 52분대이다. 아직 풀코스 도전은 어려운 수준이지만, 현재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해온 것들을 생각해 보면 결코 쉽지 않았던 여정이었음을 알기에, 작가가 소위 런린이(러닝+어린이, 즉 초보 러너!)로 시작해 러닝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 속 마주한 고민들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달리기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힘들지 않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거라면 자전거를 타는 게 더 빠르고 재밌지 않아...?' 하는, 지극히 내 시선으로부터의, 어찌 보면 달리는 분들께 한참 무례한 편협한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거리라면 걷기보다 뛰기를 택하고 싶은 나. 잘 닦인 길을 보면 달리기 참 좋겠다는 생각부터 드는 나.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도 지도 앱을 켜 근처 트랙이나 달리기 좋은 코스부터 검색해보는 나. 달리기란 녀석이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매일 걷던 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 그렇게 무리 없이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이제는 즐길 수 있게 된 것. 거기에 달리기를 시작하고 난 뒤 나에게 찾아온 여러 가지 행운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능성의 시선, 그리고 열린(적어도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거잖아'는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면, 내가 기울인 관심보다 더 큰 영향과 생각지 못한 변화가 나를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의 씨앗을, 달리기는 나에게 뿌려주었다.


어쩌면 그 변화 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행운이란 녀석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그 어떤 일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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