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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Mar 10. 2018

독일 대기업도 한국처럼 보수적인가요?

'독일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이며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 답이다’라는 것이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블로그나 브런치에 이곳 생활을 써내려가다 보면 아직까지 부러워요, 저도 얼른 외국 가서 살고 싶어요 라는 메시지를 종종 받받는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분명 더 편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불편한 점도 많다. 몇 년간의 생활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라는 점이다.



독일 회사도 상하구조가 있고  상사에게는 높임말을 써야 한다.   


내가 속했던 한국 회사의 팀원은 8명 정도였고 입사동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내 선임이었고 상사였다. 상대평가였던 인사고과를 받을 때, 팀 내의 자잘한 사무업무를 해야 할 때, 어떤 일들의 선택권이 가장 나중에 주어질 때는 막내였던 내가 큰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었다.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는데 신입사원이다보니 혼자서 괜히 눈치를 봤을지도 모른다.


독일 대기업도 똑같다. 상하구조가 당연히 있고 한국보다 덜 하다고는 하지만 매니저 눈치를 어느 정도 봐야 한다.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해서 회의시간에 매니저 의견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가끔은 내 뜻과는 달라도 상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어에도 한국처럼 존칭어가 있다. 친구들끼리 쓸 수 있는 격식 없는 반말이 있고(du sagen), 공식적으로 교수님이나 직장상사에게 쓰는 말은 또 다르다(sie sagen). 예를 들어 친구들끼리는 이름을 부르지만 회사의 상사에게는 존칭과 함께 (Mr. Dr. Herr) family name으로 지칭해야 한다.



독일 회사에서도 정장을 입어야 하고 오히려 한국보다 옷차림이 보수적일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스타트업 혹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굳이 정장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보수적인 대기업을 다닌다면 정장을 입어야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업계 특성상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넥타이를 하지 않는 정장 차림이며, 여자 직원들도 비지니스 캐쥬얼 정도로 블라우스에 스커트나 바지차림으로 근무했다. 금요일은 암묵적인 캐주얼 데이라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드티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보다 옷차림이 보수적이라고 지칭했던 이유는 독일인들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대다수 독일인들은 패션에 신경쓰기보다 수수하고 실용적으로 입는다. 무채색에 청바지 차림이 일반적이라  튀는 컬러나 화려한 패턴, 조금은 특이한 신발을 신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 갈 때면 굉장히 돋보일 때가 있다.



독일 회사에서도 업무 외 시간에 모바일 오피스로 업무를 보고, 주말 업무를 하기도 한다.  


하루 여덟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업무에 따라, 그리고 직급에 따라서 처리해야 하는 일의 중요도와 긴급성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계약서에 적힌 대로 여덟 시간만 일할 거야'라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 달, 그리고 매 분기별 결산을 해야 하는 회계팀과 금융팀은 이 곳에서도 야근을 많이 하는 부서이다. C-level 매니저들과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혹은 일반 부서에 근무하지만 당장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경우에는 이 곳의 '여덟 시간' 룰에 관계없이 업무시간 외 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퇴근 후 업무용 휴대전화의 이메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정말 급한 경우라면 상대측에서 나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업무시간 외에 질문을 할 때도 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기업과 독일의 대기업을 모두 다녀본 결과 소위 대기업들은 어딜 가나 비슷한 점들이 있는 것 같다. 승진을 하기 위해서 암묵적인 정치싸움이 있을 수 있고, 이 곳에서도 '00 라인'이라고 하며 상급 매니저와 함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등 그룹 지어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해서 눈치를 조금씩 보고, 같은 내용이라도 매니저의 선호도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을 수 차례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마다 다른 점은 있겠지만 비지니스 세계에서 이 정도로 큰 회사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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