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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Sep 22. 2024

문제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0원칙 : 로봇은 인류를 위험에 처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도 안 된다.

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을 읽었습니다. 아시모프의 초기작으로 1940~1950년 사이에 쓴 SF소설 단편 모음집이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가 인간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공정한 분배와 균형 있는 생산’으로 인류의 삶을 공평하게 조정(이 책에선 지역 대표자(시장)를 ‘조정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권위의 다스림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해 조정하는 역할이란 뜻으로 보입니다.)하고 보살피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는 아시모프의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에 많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AI가 우리의 불균형한 사회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그동안의 저와는 아주 차이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에 임박한 인공지능의 기술시대를 많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접했던 인공지능은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아이, 로봇>은 로봇이 인류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로봇 제1원칙이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가설이 저의 두려움을 다소 줄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SF 소설은 과학적 지식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이 소설이 마냥 픽션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AI가 가진 심장이라면, 인간에게 부족한 선택 장애와 멈출 줄 모르는 자본주의의 욕망을 불식시켜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처음 생각해 본 것입니다. 물론 기술이 어떻게 쓰이느냐의 문제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에게 달려 있지만 말입니다. 기술 조정자인 인간의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고와 판단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 국무부의 의례로 작성된 ‘민간업체 글래드스톤 AI’의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AI 시스템의 무기화가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합니다. 자칫 인간은 AI 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과거 2017년 권총을 장착한 휴먼로이드 효도로, 2018년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의 인공지능 노먼이 개발된 적도 있다고 하지요. 로봇 윤리학에 경종을 울리는 아주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상상력에는 양전자 두뇌를 가진 로봇 시장이 선출되고 슈퍼컴퓨터가 조정하는 지구공동체 설립을 실현하여 전 세계의 기근과 과잉 성장이 없는 유토피아적 세상이 존재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이는 바로 인간의 선한 의지에 따른 슈퍼컴퓨터의 정밀한 데이터와 분석의 힘이지요. 인공지능은 지구 구석구석 까지도 관리할 수 있는 세심하고 정밀한 두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행정과 복지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의 위기가구를 케어할 수 있는 힘을요.


<아이, 로봇>을 완독 하자 우연하게도 보건복지부가 ‘AI가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상담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독서토론에 활용할 심산으로 내용을 살펴보니,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신속한 위기 가구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101개 시군구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초기상담을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시스템 안정성과 사용자의 편의성 등을 점검한 후 11월부터는 전국 시행을 준비한다고 하니 많은 기대가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인공지능은 제가 아는 것보다 우리 일상에 훨씬 많이 다가와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공공선을 위한 선한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인간이 기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적 세계를 만들 수도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로봇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까요? 지금의 제 눈에 보인 우리의 의지는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를 구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군요. 아시모프의 인공지능이 지구 공동체의 조정자 역할로서 인류의 안녕을 구하듯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을 우리 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약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제게는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세계는 희망적일까요? 우리는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여러분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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