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데이비드 색스
우리는 종종 기술이 이 세상 모든 난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최근 인공지능 열풍은 이러한 디지털 맹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스스로 사유하기보다 알고리즘이 내놓은 정답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질문과 판단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마저 기계에게 위탁해 버린다.
인간 삶의 본질은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에 달려 있다. 편리함이 인간다움을 대체할 수 없다. 스크린 속 매끈한 경험이 결코 줄 수 없는 것. 현실의 울툴불퉁한 질감과 마찰이라는 '기분 좋은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생동감일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색스는 자신의 책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에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저자는 스크린 너머에 데이터가 채우지 못하는 '아날로그의 빈틈'에 주목한다. 여러 분야에 디지털이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소개하는데, 내 시야에 가장 크게 다가온 결핍은 '일'의 영역이었다.
흔히 이진법의 답을 원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진법이 아니니
이런 답이 정답일 리 없다
우리 업계에서는 데이터 만능주의가 팽배하다. 퍼포먼스 광고 소재를 기획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데이터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면 숫자는 완벽한 어떤 서류 뭉치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을 때가 많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재미와 공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깨닫는다. 실제 업무 중에서 1차원적인 데이터 분석보다, 이 소재에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지 고민했을 때 더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 아날로그적 직관과 감각이 지닌 결정적 한방이었다.
물론 데이터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데이터는 지나간 과거의 흔적일 뿐, 미래를 창조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다소 빈약하다는 말이다. 혁신은 지나간 숫자에 나오는 게 아니다. 숫자 뒤에 숨은 사람과 맥락을 꿰뚫어 보는 통찰에서 나온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직장인의 표정. 홍대입구역이나 성수역 인근 번화가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 점심시간 식사를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시답잖은 농담.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나 단골 가게 사장님에게서 물건을 구매할 때 등. 이 모든 아날로그적 경험은 숫자 너머에 생생한 맥락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점은 모니터 속 지표 너머, 사람의 뜨거운 반응을 상상하는 태도다. 그 강력한 기술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무기이자,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일 것이다. 차가운 알고리즘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그 온기 속에, 우리가 찾는 진짜 해답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