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같은 인간이 아닌 녹음파일로만 여겼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中'
취재에 몰두했을 뿐, 대화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고백. 이 책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당시 대화를 '거래'로 여겼다고 털어놓는다. "그를 내 자부심의 먹잇감으로, 내게 좋은 평가를 가져다줄 이야깃거리로 생각했다"고 하면서다. 시몬 베유식으로 표현하면, '상대에게 온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순간'이다.
그의 고백을 듣자, 애플워치에 저장된 수백 개의 녹음파일이 떠올랐다. 이 중에서 상대방을 녹음파일로 여기지 않은 순간이 몇 번이나 될까. 단 한 번도 없는 듯하다. 기사에 필요한 '한 문장'만 건지면 된다는 태도였다. 늘 마감에 쫓기고 있었다. 이런 태도는 종종 '단독'으로 이어졌고, 그보다 더 자주 '물 먹었다'로 이어졌다.
"가장 큰 희열은 타인에게 온전한 관심을 기울였을 때 찾아온다.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베유라면 이렇게 꾸짖었을 법하다. 에릭 와이너는 베유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상대방을 녹음파일로 여긴 순간을 부끄러워했고, 반성했고, 성찰했다.
다시, 애플워치를 바라보자 생각이 많아졌다. 경주마 같은 일상에서 베유처럼 취재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가능할까 싶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베유, 완전히 모르는 사람한테도 그렇게 관심을 기울여야 돼요? 업무상 알게 된 사람은 딱, 업무상 관계로 머무르는 게 좋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이 글에 교훈적인 결말은 없다. 아직 답을 모르겠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은 있다.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라는 짧은 질문만으로도 좋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고 한 베유의 한 마디 때문이다.
"백신 맞으러 가는 길이라 답변이 늦어질 것 같다"는 취재원에게 "그럼 언제 답변이 가능하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어봤다.
"백신은 잘 맞으셨어요? 이상 증세는 없고요?"
"죄송하게도,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야겠다"고 한 취재원에게 "알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어봤다.
"꼭 뵙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그럼 다음에 소주라도 한잔 같이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