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월호 때와 똑같았다. 시작은 '설마'였다. 당직을 서고있던 방송기자 친구가 단체채팅방에서 말했다. "수십 명이 압사를 당한 것 같다"고. '설마'가 불안이 됐다. 인천에 사는 사건팀 친구는 서울로 올라와 대기했다. 주말 밤, 누군가는 병원으로 간다고 했고, 누군가는 장례식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2
"최소 50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떴다. 댓글을 보니 속이 안 좋았다. "술 먹고 놀다가 죽은 거에 희생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구급차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잠을 몇 시간 자지 못 했다.
#3
사망자가 약 150명으로 늘었다. 길거리에서, 대중교통에서 행인들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무서웠다. 황급히 이어폰을 끼려다, 바닥에 이어폰을 떨어뜨렸다.
#4
어젯밤 밤을 새운 친구의 리포트가 송출됐다. 덤덤해 보였지만, 평소보다 목소리가 떨렸다. 내 눈엔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어젯밤 서울로 올라오며 "심장이 아프다"고 했던 친구였다.
#5
1년 차 때 편집장이 말한 적 있다. 유족들이랑 이야기하면 눈물 날 수도 있는데, 거기서 같이 우는 게 좋은 기자는 아냐. 눈 뜨고 그것까지 기사에 꼼꼼히 담아내는 게 좋은 기자야."
아직 나는 이 말을 소화하지 못 했다. 4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5
우울하다. 하지만 어떻게 우울함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지 알고있다. 예정대로 등산을 다녀왔다. 땀을 많이 흘렸다. 헬스를 했다. 책을 읽는다. 좋은 문장을 읽는다. 맥주를 마신다. 안주 없이 마시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