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평가, 그 자체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
연말이 되면 모든 조직이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평가 시즌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알싸한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이는 평가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평가 결과를 결정짓는 과정,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 싶다.
오랫동안 HR을 하면서, 솔직하지 않은 평가 문화가 얼마나 조직을 잠식하는지 여러 번 목격해 왔다.
당장은 티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분위기 좋은 직장”처럼 보일 때도 있다.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악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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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팀에서 이런 말을 한다.
“승진해야 하니까 이번엔 좋게 줘야지.”
“이번에는 자네가 양보해 줘. 그래야 승진할 때 또 챙겨주지”
맞다. 조직은 상대평가 구조를 갖고 있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진짜 문제는,
평가가 아니라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성과 팩트를 왜곡하기 시작하는 순간 발생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희생되고,
조용히 지나간 사람이 보상을 가져가는 순간 조직은 신호를 잃는다.
이때 직원들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깨닫는다.
“여기선 성과보다 힘 있는 사람 곁에 붙는 게 답이구나.”
그리고 그 깨달음은 조직 문화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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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같은 드라마 속 장면은 과장이 아니다.
임원에게 골프만 치고 다니지 않았냐고 원망하고,
김부장에게는 “나 아니면 진작 잘렸어”라고 말싸움하는 구조.
이건 단순한 인간관계 문제가 아니라 조직 경쟁력에 대한 신호다.
조직 역학을 구성하는 핵심 경로는 명확하다.
리더십 → 구성원 행동 → 고객 가치 → 재무성과.
이 네 단계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순간 조직의 체력도 함께 떨어진다.
리더가 진실을 회피하면
구성원도 회피하고,
고객 경험이 흔들리고,
결국 회사의 기초 체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솔직하지 않은 리더십은
단순히 분위기를 나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잠식하는 구조적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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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본질은 등급이 아니다. 승진도 아니다.
평가 시즌이 중요한 이유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서로의 ‘진짜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꺼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솔직한 평가가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 구성원은 내가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한다.
• 리더는 구성원의 성장 곡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 팀은 감정적 오해 대신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된다.
• 조직은 성과의 기준을 선명하게 맞춘다. (나아가 계속 조금씩 그 기준을 올려갈 수 있다.)
‘사람 좋게 보이려고’ 피드백을 흐리는 리더가 가장 위험한 이유는
바로 정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이고 중요한 시점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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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평가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불편함이 생긴다.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만큼 리더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없다.
나는 여러 회사에서 이런 사례를 봤다.
•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는 더 높은 이동 경로를 열어주고
• 성과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개선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며
• 평가 대화를 솔직하게 가져가는 리더가 있는 조직이
• 결국 인재가 모이고 성과가 나고 고객이 다시 찾는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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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 한 가지 질문만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된다
“내가 지금 주려는 평가와 피드백이 진짜 사실인가?”
아니면
“관계, 분위기, 눈치 때문에 포장된 말인가?”
조직은 결국 ‘진실에 가까운 쪽’이 승리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직면할 용기를 가진 리더가 있는 회사만이 오래간다.
올해 평가 시즌은 성적표를 매기는 시간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