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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y 18. 2018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사람

왜 그와의 만남은 이토록 답답할 수밖에 없는가?

  조직 생활이란 대부분 함께 일하는 환경을 전제한다. 어디서든 자유롭게(Location Free) 일 한다 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생각을 나누고 일을 도모하며 협업을 통해 무언가 큰 성과와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기본이라 하겠다. 싫건 좋건간에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인생 대소사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족도 매일같이 좋기 어려운데 생판 모르는 남이 만나 각자가 저마다 중요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을 하니 갈등이 안 일어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일의 시작과 끝이자 갈등의 시작과 끝이기도 한 '대화(Dialogue)'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비단 직장생활뿐 아니라 학교생활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내가 원하는 바를 척척 꺼내 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 반대로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봐도 대화는 진척이 없고 끝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도대체 왜 그/그녀는 나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 정연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조직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가장 처음 만나는 이론이 바로 조직문화의 층위라는 개념이다. 1985년 에드가 샤인(Edgar Schein)이 '조직문화와 리더십(Organizatinal Culture and Leadership)'이라는 논문에서  주장한 이 모델은 우리네 일상 대화에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보인다. 사실 대화라는 것이 그 문화를 기반으로 생성되어 서로의 공통 관심사와 기본적인 가정들을 공유해야 원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Schein, E. 1985.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A Dynamic View. San Francisco: Jossey-Bass


  위의 모델을 가지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비추어 본다면, 가공물(Artifacts)이라 볼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우리가 나누는 대화일 것이다. 그야말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나의 말을 내뱉는 행위이다. 반면 이 대화는 그 깊숙한 곳에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의도(Belief & Values)를 담고 있다. 특히 회사나 조직에서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 나누는 대화들은 이러한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나름의 업무목표와 달성해야 할 타픽들이 분명하고, 이를 위해 협의/합의하는 과정들이 조직생활이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의 갈등은 서로가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갈등과 각자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킬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오늘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아래 층위인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도 말했듯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사람과는 무엇이 문제일까?'에 대한 답은 상대방과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기본 가정이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더 재미있는 것은 기본 가정이라는 개념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기에 아예 인지조차 못 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각자가 전제로 하는 조건들이 다른 상태에서 시작하는 대화는 끝이 날수가 없다. 여기에는 개인의 감정도 한몫을 한다. 두 당사자간 가지고 있었던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경험들도 이 가정을 뒤흔든다. 


  흥미로운 것은 끝이 없고 발전이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기본 가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 돌아서면서 '저 사람과 얘기를 하면 도무지 대화가 안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나름 논리적인 사람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여러 차례 물을 수는 있으나 대화를 하고 있는 그 대전제를 맞추지 않고서는 그 원인(Root Cause)을 찾는다 해도 딴 세상의 일일 뿐이다.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의 고리는 본인이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차리고 저 깊숙이 자리 한 기본 가정에 접근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합의와 정렬에 약한 사람들을 보면 본인의 주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고, 듣고 싶은 얘기 또한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겉핥기식의 합의와 동의를 한다. 가끔 이를 '양보'라고 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앞에서는 못한 말들을 합의가 다 된 이후에 다른 자리에서 하거나, 본인 조차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무언가 실행을 도와야 하니 생기는 망설임은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데 암초처럼 작용한다. 


  필자가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매일같이 새기는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들과 결론 있는 대화를 통해 반드시 비범한 결과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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