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날씨
한 달 매일 쓰기의 기적 #2
나는 맑게 갠 하늘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초여름 저녁 무렵 산책을 위해 길을 나서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풍겨오는 냄새. 적당히 습한 공기를 뺨으로 맞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것이나 생각하다보면 금세 한 시간이 흘러있곤 한다. 개운하게 땀 한 번 흘리고 나면 꼭 아무 걱정없던 어린 시절, 운동회가 끝난 그날로 돌아간 것만 같다. 일년에 며칠 안 되는 여름 초입에만 느낄 수 있는 호화로운 시간들이다.
그래서 적당한 날씨가 되면 하루의 일부를 꼭 산책에 할애한다. 귀하게 얻은 기회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귀중한 것들은 쉽게 가질 수 없기에 특별함을 부여받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게 그날이 그날 같아도, 거기서 특별한 점을 발견해내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비록 비좁은 사무실 안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맑은 날씨처럼 선물같은 순간들을 잘 포착해내려 촉각을 곤두세운다. 일상에 초여름 같은 시간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Brunch Book
월, 수,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