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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Mar 11. 2024

산 혹은 바다

한 달 매일 쓰기의 기적 #3

  '눈처럼 게으른 건 없고, 손처럼 부지런한 건 없다' 힘든 일을 앞두고 푸념을 할 때마다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출처는 알 수는 없지만, 외할머니를 통해 전해 들으신 말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보기에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소리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덧붙이자면, 일단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도 있다.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나에게 있어 등산은 그런 고난의 과제에 가까웠다. 예전엔 어른들이 왜 그리 산을 찾으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내려올 거, 예쁜 산책로도 많은데. 당장 집 근처에 경치 좋기로 유명한 산이 있는데도 꽤 오랫동안 찾아가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나는 차라리 시야가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게 더 좋았다. 고생도 하지 않고, 예쁜 것도 보고 여러모로 좋지 않은가.

  그런데 얼마 전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운동이 정신건강에도 좋아요. 생각 없이 하는데, 나중에 보면 '야 내가 이것도 해내는데 뭘 못하겠냐' 할 때 있거든요.' 운동부족인 나로선 그 말이 꽤나 달콤하게 와닿았고, 역시나 가벼운 러닝머신부터 일명 '천국의 계단'까지, 기구들에 하나씩 적응해 나가는 맛이 있었다.

  그 과정에 고생이 조금 들어가 있으면 좀 어떤가. 결국 그런 고통이 곧 성취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높게 솟은 산이라고 고생길만 있고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라고 쉬운 길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겠지만, 단지 오르는 것이 무서워 산을 피할 이유는 없다. 그 '오름'의 과정이, 오히려 평지에서 보면 평범했을 풍경이나 꽃들을 한층 예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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