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자서전을 즐겨 읽는다. 책을 읽는다는 적절한 핑계를 대며 읽는 것보다 더 많이 욕심껏 수집한다. 지금까지 수십 권의 자서전을 읽었고 백 권 정도의 자서전을 수집했다. 아주 드물게 원서 자서전도 수집하는데 원서까지 샀다는 것은 번역서가 훌륭해서 원문의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 너, 우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자서전이 있다.
《Becoming》
한글 번역서 제목도 그대로 비커밍이다. 미국의 전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의 첫 책. 무언가가 된다는 뜻의 제목인데, 환하게 웃고 있는 미셸의 모습을 넘기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목차가 등장한다. 책 제목보다 더 마음에 와닿은 목차.
Becoming Me(내가 되다), Becoming Us(우리가 되다), Becoming More(그 이상이 되다)
나, 우리 그리고 그 너머로의 이야기이다. 요즘 양자역학에 푹 빠져있는데, 현대 과학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양자역학이 말하는 것이 바로 연결이다. 양자역학과 연결이라니. 분명 이해되지 않겠지만 이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정독하길 권한다. 굳이 양자역학까지 가져온 이유는 이 책에서도 나와 너 그리고 그 너머의 연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Me. 미셸 오바마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이 아닌 가난한 흑인으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여러 가지 차별을 이겨내고 교육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킨 이야기가 펼쳐진다. 차별에 관한 이야기, 개인적인 고민에 관한 이야기가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에 있는 나에게 와닿은 이유는 비슷한 교육 체계 속에서 겪은 고민에 대한 동질감 때문일까.
Us.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뒤틀어 준 남자를 만난 이야기다. 운명적인 너에 관한 이야기. 우리도 너무나 잘 아는 버락 오바마와의 첫 만남과 사랑 그리고 결혼까지. 미셸은 평화로운 가정생활이 깨어질 것을 염려해 버락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밝힌다. 하지만 결국은 남편의 꿈을 이해하고 그의 결정을 응원하는 과정이 바로 나에서 너로 그리고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단계.
More.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적인 삶과 백악관에서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지나 그 너머로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압박은 상상 이상이기도 하고 가족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에는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미셸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그 너머로 가는 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마음으로 응원하며 읽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길.
최근 우리는 점점 반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그 너머가 아닌 나만 잘 살기 위한 모습에 가끔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이럴수록 그 너머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 또한 그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집단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이런 노력이 나에서 우리 그리고 그 너머로 데려다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