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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도구_원씽

멀티플레이의 욕심 내려놓기

by 송곳독서

슈퍼맨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글.


자가진단

나는 가사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집중이 잘된다.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슈퍼맨을 꿈꾼다.

나는 인정 욕구가 보통 이상이다.

나는 T(사고형) 성향보다는 F(감정형)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가진단에서 적은 5가지 예시는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학창 시절엔 꾸준히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도서관에 오래 앉아서 공부했고, 테니스를 배우면서 배드민턴도 동시에 배워보았고,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분야의 제너럴리스트를 꿈꾸면서 살아왔습니다.


인정욕구도 높아서 직장생활에서는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내심 자랑처럼 여겼습니다. 여전히 완전히는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20년 넘게 자기계발러의 삶을 살면서 조금씩 방향이 틀어진 부분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또 10년이 지나면 지금의 생각을 검증하고 잘못된 방향이 눈에 보이겠죠.




“모든 일을 다 해내려는 욕심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시도하곤 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했고, 내게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
_<원씽> 130쪽.


<원씽> 책을 2번 읽었습니다. 책 발행 초기인 2014년과 10년의 시간이 지난 2024년에 말이죠. 10년 전 처음 읽을 때는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하나만 하라는 조언은 나도 (쉽게)할 수 있겠는데?‘ 라며 가볍게 읽고 잊어버렸습니다. 그 당시의 독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제 마음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긍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만은 정확히 기억할 수 있어요.


2014년 당시에는 자기계발서를 매년 100권씩 독파하며 한참 자기계발 고속열차에 타고 있어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더 많은 것을 꿈꾸고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내용과 다른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죠.


그렇게 10년 정도 자기계발 기차에 탑승해서 다양한 자기계발 정거장을 지나왔습니다. 미라클모닝, 독서, 영어공부, 달리기, 시험공부, 일, 자격증, 운동 등 다양하게 말이죠. 날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해야 하는 일들을 플래너에 빼곡하게 적었고, 새벽부터 잠들기까지 단 10분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출근해서는 일도 잘하기 위해서 시간이 날 때는 규정을 보면서 공부했고, 인간관계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일이 주어지면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했죠. 직장생활 평판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회식도 최대한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거기에 가정생활도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 육아 관련 책도 읽고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도 틈틈이 적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하겠다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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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삶을 최대한 열심히 살고 있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생각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쭉 나아가라고 말하지만, 그건 방향이 제대로 잡힌 상태에서 필요한 조언입니다. 다양한 방향을 향하면서 열심히 뛰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원처럼 돌게 됩니다. 그렇게 타원을 돌면서 나아갈 수는 있지만 빠르게 멀리 가긴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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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부족한 느낌. 이런 느낌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나요? 내가 했던 그 많은 것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상황말이에요. 그때 <원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두 마리 다 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더니 이 문장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어요. 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닌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다가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돌고 있는 거였죠. 한 놈만 팼어야 하는데...


그제야 <원씽>이라는 책의 진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에센셜리즘>이라는 책도 정확히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었죠. 그다음부터는 날마다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한 마리 토끼, 한 마리 토끼만... 두 마리 토끼는 안돼.'

이렇게 살짝 정신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며 다녔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요?


여기서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생각보다 내 진짜 우선순위를 찾기 어려운데요. 이럴 때는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걷다 보면 유레카처럼 무언가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직장에서의 빠른 승진과 브랜딩 그리고 가정생활 3가지를 가지고 항상 고민했는데요. 고민 끝에 내린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1. 가정생활

2. 브랜딩

3. 빠른 승진


그다음부터는 선택을 하는데 항상 우선순위가 높은 것을 먼저 합니다. 예를 들어서 주말에 정말 가고 싶은 북토크와 아들과의 야구경기 중에 고민이 된다면 우선순위대로 아들과의 야구경기를 선택합니다.


직장에서 회식과 야근을 하면서 빠른 승진을 하는 것과 나만의 브랜딩을 만드는 게 겹친다면 주저 없이 브랜딩을 선택하는 것이죠. 덕분에 야근과 회식이 크게 줄었습니다.


인생은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이라는 말도 연결될 것 같네요. 한 가지 팁을 더하지면 날마다 습관처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1가지를 하는 거예요.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도 원씽을 먼저 잘 설정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며.


1962년 그날 새벽에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자.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_<슈독>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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