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가가 되고 싶다면

Keep Calm and Write On

by 송곳독서

학창 시절에는 모두가 바라는 멋진 직업을 갖는 게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변하지 않은 일관적인 장래희망이었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린 나이였기에 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꾸준함 하나는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랬듯이 수능을 보고 난 후에야 나의 능력과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수능 점수와 함께 대학도 학과까지 범위가 좁혀졌어요. 물수능이 아니라 불수능이었고, 생각해보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꿈이 깨진 순간이었죠.


주저 없이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합격한 대학도 있었지만 등록조차 하지 않았고, 주변 친척과 지인들은 제 선택을 걱정했죠. 재수해도 큰 변화없이 1년의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우려였습니다. 그 우려를 결과로 날려주겠다고 다짐하며 나름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우려와의 싸움은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고,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정도였습니다. 첫 수능보다는 더 많은 계단을 올라갔지만 제가 목표한 그 위치에 갈 수 없었기에 그때 우연하게 만난 다른 꿈을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우연하게 만난 꿈도 4년 뒤에는 멀어졌지만.




인생의 방향을 2번 잃은 다음에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니 막연하게 그 길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1년 100권을 목표로 닥치는 대로 읽었죠. 그렇게 읽다 보니 다양한 작가들을 만났어요. 각자의 이야기를 멋지게 들려주는 작가들이었죠.


주로 자기계발서와 경영서를 읽었기에 작가의 성공스토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00권의 책을 읽으면 100개의 인생을 만났고, 그들이 알려주는 다양한 길까지 연결하면 삶이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느꼈죠. 그리고 무한히 펼쳐지는 끝이 없는 <코스모스>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읽다 보니 나도 언젠가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막연하게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베스트셀러 작가. 100쇄를 찍으면 전업작가로 생활할 수 있다고 해서 한때는 100쇄 작가를 꿈꾸었던 때도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매일 중얼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했죠.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욕심이 너무 컸는지, 방향이 잘못되었는지 아직 출간작가의 꿈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급하지 않은 이유는 계속 쓰는 삶을 살면 언젠가는 작가가 된다는 믿음 때문이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믿음의 크기가 수익의 크기라는 말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은 특히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쓰면서 나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으로 적으면 됩니다. 조급함과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말이죠.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정부가 국민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든 문장을 생각하면서.


Keep Calm and Carry On

Keep-calm-and-carry-on-scan.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