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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도구_사색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색의 길

by 송곳독서

(난이도 고급, 정답 없음)


사색이라...

사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깊이 생각하기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영상과 쇼츠 그리고 릴스에 빠진 현대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세상 대부분의 문제의 답을 5초 안에 알려주는 AI가 등장한 시대에 사색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그저 책을 읽는 능력만으로도 상위 10%의 생각하는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사색하는 능력까지 갖추면 1%의 인간이 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행동하는 능력까지 갖추면, 요즘 말로 만렙을 달성하는 것이죠.


만렙?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즉 최대 레벨을 의미하는 용어이며, 한자로는 '가득 찰 만(滿)'과 영어 '레벨(level)'이 합쳐진 합성어




사색의 고수들

아인슈타인, 무라카미 하루키, 조훈현 이렇게 3명은 제가 생각하는 사색의 고수 3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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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고실험하면 떠오르는 아인슈타인.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 시뮬레이션하는 사고실험 실험으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서 세상을 뒤집었습니다. 걸으면서 혼자 생각에 잠기곤 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영향력에 놀라곤 합니다.


아인슈타인 자서전에 따르면,

“사색가로서의 아인슈타인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 가운데 하나는 그가 모든 산만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능력과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205쪽_월터 아이작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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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리기·수영 등 신체활동을 하며, ‘몸의 리듬’에 맞춰 생각을 정리하고 창작의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어느 오후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보다가 소설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그도 유명한 사색가죠.


매일 달리면서 마음과 몸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색의 재료를 만들죠. 이를 바탕으로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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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처럼 삶의 경험과 선택을 매번 복기하여 원인과 결과를 돌아보고, 자신의 실수까지 솔직히 마주하며 자가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훈현 9단.


그는 사고의 3단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1단계(읽기) : 가능한 모든 수를 머릿속으로 펼쳐보기

2단계(비교) : 각 선택지의 결과와 리스크를 비교

3단계(결정) : 최선의 한 수를 선택하고 두려움 없이 둔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제 삶에 적용하고 있는 사색법 3가지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첫 번째, Start with Why(질문으로 시작하기)

<스타트 위드 와이>의 사이먼 시넥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단순히 무엇이 되고 싶다 또는 무엇을 가지고 싶다가 아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깊은 질문이 필요해요.


두 번째, 걸으면서 생각하기

이건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냥 질문 한 가지를 마음속에 품은 채로 시간 날 때마다 혼자서 걷습니다. 함께 걷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혼자서 조용한 시간대에 걷는 게 좋아요. 질문 한 가지만 생각하면서 그냥 계속해서 걸어보는 겁니다. 영화처럼 빠르게 답이 찾아오진 않지만, 신기하게도 천천히 기다리면서 걸으면 반드시 해답이 찾아옵니다. 해답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 걸으면 되니까요.


세 번째, 쓰면서 생각하기

무엇이든 써보세요.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써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날카롭게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에만 담아둔 생각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가 많지만, 그걸 글로 풀어내면 신기하게도 단순해집니다. 쓰면서 나를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연필과 노트 한 권 사세요.


마무리하며.

사색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철학자처럼 대단한 해답을 찾아낸다기보다는 그냥 삶에 사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사색을 해야겠다!' 이렇게 사색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자신에게 맞는 사색법을 찾으시길 바라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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