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위안으로 삼으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전체적인 조직 이동이 발표되는 2월. 연초부터 소문은 무성했다.
물론 나 같은 조무래기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는 회사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미래는 소문을 통해 점쳐볼 수도 없었다.
새로운 조직도가 공지되고, 마케팅 3팀의 조직도 아래 내 이름을 발견했다.
다양한 감정이 한대 어우러져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 그 순간을 한데 뭉뚱그릴 수는 없었다.
1. 기쁨
학수고대하던 일이니 당연히 기뻤다.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아 그간 회사에서 했던 노력들이 조금은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 아쉬움
사람은 참 간사한 것이, 막상 마케팅 부서로 발령받는다고 알고 나니 내가 가게 될 팀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가 속한 마케팅 3팀은, Clinic(의원급) 담당 영업부와 함께 일하는 마케팅 팀이었다. 의약품 시장은 크게 전문의약품(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약물)과 일반의약품(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약물) 시장으로 나뉜다. 전문의약품 시장을 채널별로 나눠보면 의원(1차, 동네 병원)/병원(2차, 전문병원)/종합병원(3차) 이렇게 나눠볼 수 있다. 회사마다 마케팅, 영업부 구성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의원을 위주로 cover 하는 영업 마케팅과 종합병원을 위주로 하는 영업 마케팅으로 나누어 조직을 구성한다. 채널별 특징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각 시장마다 특성이 있으며 매력이 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모든 채널을 경험해 보았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는 다소 아쉬웠다.
정말 솔직한 말로 왜인지 종합병원을 담당하는 마케팅이 더 뽀대 나 보였고, 아무래도 종합병원은 그래 봤자 병원 개수가 100개 남짓인데 1차 병원의 경우 그 30배가 넘는 병원이 주 거래처였기 때문에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 자잘한 일들이 더 많아 힘들 것 같았다.
3. 안도감
밀려오는 아쉬움을 비집고 안도감이 솟구쳐 오른다.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내가 영업부에서 3년 차를 맞이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나의 목표는 마케팅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확고하고 간절했다. 간절한 것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으니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 걱정
미치 년 널뛰기하듯, 갑자기 걱정이 휘몰아친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보다는, 마케팅 3팀은 3개의 제품을 마케터가 각각 담당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영업부 입장에서는 3개의 제품을 한 명의 의사에게 판매하게 되는 것인데, 따라서 마케터들은 은근한 내부 경쟁 (한 명의 영업 사원이 얼마나 더 나의 약 얘기를 해 주는지, 내 제품 매출에 집중하는지)에 놓이게 된다. 조직도에 적힌 다른 마케팅 선배들의 이름을 보면서, 내가 저 안에서 잘해 낼 수 있을까.. 싶었다.
5. 기대
하지만 항상 내가 그러했듯이 나는 나의 생각을 부정형이 아니라 긍정형으로 끚맺었다.
앞으로의 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그것들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지, 어제보다 더 나은 나의 매일을 볼 생각에 나는 내일의 내가 너무나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