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6.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법
내부 영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니, 홍 PM 님, 그렇게 하면 약이 잘 팔릴 것 같아요?"
마케팅으로 발령받고, 영업부 앞에 서서 처음으로 내가 맡은 제품의 올 한 해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만년 소장님이 50여 명 앞에서 나에게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거의 나에게 화를 내는 격이었다.
질문을 나에게 크고 단단한 돌처럼 다가와 나에게 꽂힌다.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자신이 있는 발표였는데 발표가 끝난 첫 반응을 마주한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당황한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다 티가 났을 것이다.
그 소장은 나보다 해당 시장에서, 영업사원을 거쳐 소장으로 거의 30년을 경험한 사람이다.
당연히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 것이고, 내가 얘기한 것들 중에 본인 기준에는 웃기지도 않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혹은 영업부 가장 선임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본인이 어떻게 새파란 PM을 길들이는지, 어떻게 코를 납작하게 해 주는지.
회의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사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자리로 돌아와서, 무엇이 문제였을지, 어떤 이유애서 그런 것인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영업부는 매주 한 차례 모두가 사무실로 출근했다.
굴욕적인 발표 시간을 가지고 한 주 뒤, 출근한 영업부, 문제의 소장에게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가 다짜고짜 외쳤다.
"소장님, 저 어제 소장님이 꿈에 나왔어요."
소장은 아니 꿈에 나왔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은 얼굴로 당황한 눈치였다.
"저 소장님께 칭찬받는 꿈을 꿨어요. 제가 소장님께 칭찬받고 싶었나 봐요. 저 좀 잘 봐주세요."
딱히 어떤 의도를 가졌거나 용기를 내서 얘기한 것은 아니다. 정말 꿈에 나왔고, 내가 정말 이 사람과 잘 지내고 싶구나, 이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 그냥 사실대로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을지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때는 정공법이 답일 수 있으니 나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허허허 허" 멋쩍어하는 웃음을 짓는다.
어쩌면, 무슨 개소리냐며 또 혼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 내가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을 했으니 미련 없이 뒤를 돌아 다시 주간 미팅을 준비한다.
지난주 영업부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전략과 세부 사항을 전달한다.
그런데, 웬걸, 발표 말미에,
"질문이나, 의견 있으실까요?" 하는 나의 질문에 문제의 소장이 한 마디를 얹는다.
"홍 PM 도와서 열심히 해보자고!"
무엇이 그 소장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꿈까지 나와 본인이 나를 괴롭혔다는 미안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본인을 찾아와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나의 용기를 높이 사서였을까?
10년의 경력이 쌓인 지금 내가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지금의 나는 능청을 떨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소장님이 도와주시면, 잘 될 거 같아요~"
해가 갈수록 내부 영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외부 고객보다 어려운 것은 내부 고객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리고 연차가 쌓일수록, 내부 영업의 skill은 다양해진다.
공통의 목표를 수립하기, 서로 원하는 바를 취할 수 있는 win win을 생각하기, 인간적인 친분을 먼저 쌓기, 이도저도 안되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기 등등..
수십 수만 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능청이 통하지 않을 때 나는 가끔 그때 솔직한 나를 떠올린다.
그냥 같이 잘해보고 싶은 그 마음.
때로는 담백한 그 진심이 그 어떤 말과 행동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