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10.옷 깃만 스쳐도 인연
어디에서든 한결같은 모습이 중요한 이유
새로운 부서에 적응해갈쯤,
그러니까 한 해가 거의 마무리되는 12월에 나는 처음으로 회사 지원을 통해 외부 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다.
교육비가 300만 원 정도는 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외국인 강사)가 2박 3일 동안 20명이 안 되는 제약회사 마케팅 PM들을 대상으로 전략 수립, 실행을 위한 planning을 진행하는 교육이었다.
나는 너무나 신이 났다.
1. 비싼 교육을 회사 돈으로 받는다.
2.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닌, 다른 외국계 제약회사 PM들을 만날 수 있다.
3.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4.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5.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고, 실제 실행하고 있는지 배울 수 있다.
나는 나의 최대 장점을, 어디서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거기다 신이 났으니, 나는 교육일정에 가서도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강의가 끝나고 조를 구성해서 실제 case를 가지고 전략을 수립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의 제품을 갖고 진행하기를 꺼려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불편하기도 하고, 본인 제품을 갖고 진행하게 되면, 내가 이 시장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어떤 접근을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밑천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내 제품에 대해서는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설령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걸 발견해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배움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나는 자진해서 내 제품으로 진행하겠다고 했고, 우리 조는 내 제품에 대해 그렇게 2박 3일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함께 조에 있었던 사람들 중 두 분은 같은 회사에서 오신 나보다 15년 이상 선배님 들었다. 2박 3일 동안 너무나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마지막날, 두 분은
'XX 씨, XX 씨는 진짜 잘 될 거야!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라며 응원을 해 주셨다.
그리고 약 2년 반 뒤, 나는 그 두 분을 지금 회사에서 다시 만났다.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을 때마다, 그 두 분은 우리가 만났던 외부 교육 이야기를 하며, 내가 얼마나 반짝 거리는 눈으로 열과 성을 다해 교육을 들었는지, 그 당시 내가 맡았던 제품에 애정을 가졌었는지를 늘어놓으셨다. 나를 다른 마케터보다 더 친근하게 대해 주셨고, 내가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데에도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주셨다.
부끄러워서 혹은 귀찮아서 그냥 그저 그렇게 앉아 있다 올 수 있는 교육이었지만, 진심을 다해 열심히 참여하면서 나는 두 명의 든든한 아군을 만들 수 있었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 때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무엇에나 그 순간 최선을 다했는데, 새삼 나의 한결같은 자세가 예기치 못한 선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