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함께 살아가는 법
하나 작은 목표 같은 게 있다면 무력한 여름이 즐거울까 싶어 거의 매일 빠짐없이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도 꿉꿉한 여름 날 뛰는 것도 하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걸. 몸이 힘든 날에도 막상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힘을 발휘하게 되고, 사실 대부분의 날은 몹시도 수영하고 싶고 뛰고 싶어서 뛴다. 벌써 8월이고 아직 휴가 다운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지만, 요즘은 그냥 사는 것도 지쳐서 일하고 술 마시고 운동이나 즐겁게 하겠다.
2022년 8월 7일의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하나.
10키로, 7키로, 8키로 나이키앱의 러닝 인증샷과 함께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은 나. 2년 전의 나는 고독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고독을 자처한 장거리 달리기가 좋았고, 혼자 멍하니 달리는 그 시간이 명상과도 같았다. 러너스 하이라기 보다 땀에 푹 젖어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1년 전, 2023년의 8월도 다르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에 달리는 힘겨움은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가 되면 날아가는 즐거움으로 변한다.
2024년 8월, 올여름 8월은 있는 그대로 행복하다. 홀로 운동을 하며 보내던 일상보다는 남자친구,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달리기 중독에 벗어난 걸까 습관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난 걸까.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금주에는 평소 답지 않게 약속이 많았는데, 월요일부터 동기 모임으로 떠들썩한 한 주를 시작했다. 수요일에는 남자친구와 친오빠를 만나 우리가 좋아하는 중식당에서 배를 두드리며 나왔고, 그 사이에 요가와 골프 연습도 빼먹지 않았다.
금요일과 주말에도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시간들을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고요한 아침에 일어나 땀에 젖을 만큼 진한 요가 수련을 하고, 바닥 청소를 마치고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샤워를 하고 싶다. 머리를 말리고, 잠옷 차림으로 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호밀식빵을 구워 그날에 기분에 따라 뜨거운 혹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내려 마시겠다.
달리기를 하는 것도 좋다. 초록으로 가득한 어린이대공원 한 바퀴를 뛰고 싶다. 집 안 곳곳에 숨어있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수납 정리를 하고 나면 마음이 맑게 개일 것 같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일기에 옮겨 적는 시간이 나를 살린다.
바깥이 매우 무덥다. 작년에는 이 무더운 날씨에도 달리기를 즐겼는데 지금은 왠지 그런 독한 달리기보다 집 안에서 땀에 젖는 아쉬탕가가 좋고, 실질적으로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무더운 여름이라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힘을 내어 나를 사랑하는 일로 내 사라지는 순간들에 여유를 채워주는 것.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내가 있고 최선을 다하는 것.
이 여름이 지나가면 곧 찬 바람이 썰렁하게 부는 가을이 올 테고, 그 가을엔 더 활기찬 사람이 될래. 운동을 하자. 영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