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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Aug 24. 2024

마음이 무거우신가요?

오늘 가벼운 러닝으로 모든 걸 내려놓으세요.

나의 인생에 있어 나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

나라는 개체는 이다지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나는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습관적으로 살아지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나와 멀어지는 경험을 자주 마주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마음속에 맴도는 불안과 걱정들을 슬며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나를 사랑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틀 전, 팀장과 나 그리고 다른 팀원 2명이서 외근을 나왔다. 외근이 끝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회사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팀장은 작정이나 한 듯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이야기인 즉, 본인이 팀장이 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팀원들이 이제 조금씩 파악이 된다라는 내용과 함께 유관부서를 포함한 회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었다. 팀장은 86년생으로 우리 팀에 10년 동안 일하고 6개월 전에 팀장으로 승진한 케이스였다. 10년 동안 한 팀에서 일 한 만큼 조직에 대한 애정도 높고 일 수완도 좋은 팀장이라 존중했고, 나를 지금 팀으로 데려와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무래도 팀장은 나에게 어떤 불만이 있는 것 같다는 뉘앙스를 느꼈다.


그의 속내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시작은 3달 전의 회식 때 2차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거목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2차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빠져 있었다고 기억하는 듯했으며, 회식 때 사무실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회식 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데에 흥미가 없다면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 보내다 가라는 말이 바로 그 전날 회식 때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나를 저격하는 말이라 느껴졌다. 이렇게 돌려서 비판하는 팀장의 언지는 처음 느껴보는 지라 참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팀원들 앞에서 ‘본인의 기대치 보다 부족한 팀원들이 있고, 또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포텐셜이 좋은 팀원들이 있다’ 평가에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라 느껴지면서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분명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어디서 잘못된 거지? 계속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일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였던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유심히 관찰해야겠다. 팀장은 나의 이런 각성을 노리고 돌려서 비판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방법이 졸렬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그의 생각대로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삶의 적절한 순간에,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탐구하고서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일 동안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쳤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정의하는 내 이야기를 돌아보면 ‘무거움’이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정말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느껴지고 결국 그렇게 되어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어디 한 번 해석을 달리 해보기로 했다. 나는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항상 열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면 일 말고도 내 삶엔 소중한 것들이 많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소소한 생활들에 대한 애정.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일 잘하는 사람이어도 내 삶은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한 번 잘려 봤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잘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떳떳한 사람이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고서도 오롯이 설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팀장의 돌려 말한 비판은 그의 의도가 어떠했든 내게 자극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기분이 나쁘지만 수긍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 스스로 좀 더 일에 에너지를 쏟아보려 함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에 대한 신뢰를 갈수록 잃게 되어 난 이제 더 떳떳해지고 싶다. 나의 생긴 모습대로 조직에서 동료들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집이 아니라 주변과 조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말이다. 흐르는 땀에 부정의 기운도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 가벼운 러닝으로 복잡한 마음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해. 땀 흘리는 달리기와 요가, 고요한 명상과 독서로 내 안을 잘 다스려본다. 토요일 오후 이 시간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내면의 평화와 안녕이 깃든다. 처서 매직이라는 바람이 불어 제법 선선한 늦여름에 접어들었다. 머리를 식히는 향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고독스러운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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