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글
좁은 시내를 벗어나 순환 도로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앞차와 거리를 둔다.
속력이 빨라질수록 안전거리를 더 확보하지만, 그 틈을 기회 삼아 누군가는 어김없이 끼어든다.
내 안전거리가 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데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온다.
나와 앞차를 지키려 만든 거리가, 무심한 이들로 인해 금세 무의미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충분히 띄워둔 그 사람과의 거리가 한마디 말, 하나의 행동으로 무너졌다. 나는 또다시 속도를 늦춰야 했다. 마치 지난번,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마음을 헤집어 놓았던 그때처럼.
서로의 거리를 지키려 애쓰지만, 작은 말 한마디에 그 거리는 쉽게 침범당한다.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것인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다시 거리가 멀어진다.
*노래: Comma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