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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이 너무 과하면 생기는 일.

by 우연양

그때는 아마 분명 코로나19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거기에다가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하면서 주변의 직장인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각자 재택근무의 문화가 생기거나 회사원들이 같은 회사라도 출근시간이 다른 경우도 있어 제일 활발하던 점심시간에서 거리에 나오는 직장인들이 절반에 절반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찾아와 주는 손님이 있었다.

언제 어느 시점에 첫 방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그 두 사람의 손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더니

일주일에 세 번 혹은 네 번이나 방문했다. 주 5일을 오픈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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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두 사람은 코로나로 인해서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들어

큰 공간에 두 사람만이 차지한다는 느낌으로 여기가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만했다.

저녁에는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이 꽤나 멋진 조명으로 보였고,

멀리에는 바다가 살짝 보이는데 거기에 선박해 있는 배들이

괜히 멋있는 조형물로 장식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니

야경을 즐기며 식사하기 꽤나 좋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런 건 그다지 상관없었다.

나는 그때 자존감이 매우 무너지고 있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요식업이 잘 되지 않는 게 그저 내 실력이 좋지 않아 맛이 없어서 사람들이 적게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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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두 분 중 예비 신부가 되실 분이 말했다.

"여기 제가 먹어본 알리오 올리오 중 제일 맛있어요. 진짜로 여기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알리오 올리오 가격 8000원

그리고 매운 소스를 덮은 돼지고기 볶음밥 9000원


매일 같은 메뉴를 주문하시는 두 분이었다.


알리오 올리오의 경우는 정말 마늘만 올리브 오일 그리고 아주 조금의 치즈만 들어갔는데,

마늘로 미리 소스를 만들어두는 것이 있는데 그것만 직접 만드는데 총 3시간이나 소요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마늘을 튀기고 마늘을 굽고 또 마늘을 삶은 것이 들어간 3가지 스타일의 마늘과 오일의 조합으로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고 낸 알리오 올리오였다.


그 말에 기뻐 결국 그 단골에게 잘해주게 되었다.

디저트로 젤라또를 주기도 하며,

사이드를 더 주기도 했으며,

추가로 토핑을 올려주기도 하는 둥,

그 당시 해줄 수 있는 서비스는 다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손님은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 감사한데요. 진짜로 감사한데요."

"네?"

"너무 그렇게 잘해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나는 그 말에 잠깐 얼어붙었다.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그분은 이어 말했다.

"너무 잘해주시니까. 조금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해서요. 자꾸 오고 싶은 곳인데...."


그 말에 결국 이해했다.


나는 두 분의 공간과 시간을 침해를 할 정도로 친절이 과했다.

그건 그 시점에서 친절도 서비스도 아닌 컴플레인이나 다름없었다.

즉 나는 적당선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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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말은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그렇게 잘해줬는데 부담? 그런 소리를 해?"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마 내편을 들어주기에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공간에,

그것을 만족하고 즐기고 있는 분들에게,

내가 스스로를 망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오히려 이해를 하고 미안했다.


뭐든지 과하면 옳지 않다고 하던가.

컵에 물도 가득차면 넘쳐 주변을 망친다고 하지 않던가,

친절도 결코 피해 갈 항목도 아니었다.


다행히도 두 분은 나의 그런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지도 않으셨다.

어쩌면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꽤나 용기를 가지고 했던 말일 수도 있었다.

그런 부분은 생각하면 할수록 죄송해진다.


언제나 과함은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부담을 주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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