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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그 황홀한 눈요기의 극치!

- 세나도 광장에서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 성 바울 성당까지

또다시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여행자의 삶.




마카오.

항상 홍콩과 일란성 쌍둥이마냥 지나칠 수 없는 일정이다. 

아침 일찍 호텔 근처 마트에서 빵을 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끼를 대신했다. 

트램을 타고 근처 마카오 페리항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바닷바람이 홍콩섬으로 불어온다.

마카오 대합실에는 금발의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단체 여행객들이다. 

저마다 가슴에 표찰을 달고 지팡이와 휠체어를 의지하고 있다. 

여행에 대한 욕구는 생의 끝자락에서 찾아온다.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시간에 맞춰 쾌속 페리를 탔다. 

빨간 대형 보트이다. 흐린 바다를 한 시간 정도 달렸다.

유리창으로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반복적인 물결의 파고와 넓고 넓은 흐린 하늘만 보일 뿐이다.

마카오 항의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호텔 유니폼을 입은 팔등신의 미녀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일종의 호객행위이다. 

세나도 광장으로 찾아가야 한다. 관광 안내서 지침에 따라 10번 버스를 탔다. 

몇 명의 서양인들도 탑승한다. 이내 나의 주변에는 외국인들이 포진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버스가 가는 대로 주변 풍경을 두리번두리번.

높고 웅장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얼마쯤 지나니 외국인들이 부산을 떨더니 모두 내릴 준비를 한다. 

대충 보니 대리석과 아치형 창문들이 연결된 원색의 건물들. 여기가 세나도 광장임을 직감했다.


세나도 광장과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미니크


그들과 함께 내렸다. 

홍콩섬이 철근과 콘크리이트의 숲이라면 이곳은 낮은 3층의 벽돌 건물들이 파스텔톤으로 이뤄진 동화의 나라 같다.  45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다. 

하늘을 보니 여전히 홍콩의 흐린 하늘이 이곳까지 몰려와 있다. 


이따금 가랑비가 얇은 셔츠 위로 떨어진다. 약간의 추위가 느껴진다. 3월의 마카오지만 비 오는 날은 쌀쌀하다. 바닥을 보니 파도 모양의 타일이 흑백으로 깔려 있다. 포르투갈 전통 무늬인 '타일 칼 사드'이다. 구정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치장된 용과 양들이 광장 중앙에 설치돼 있다. 


길쭉한 삼각형 형태의 인도에는 흐린 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거나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나도 두리번두리번 기웃거려보지만 대부분 옷, 시계, 보석류 등이다. 

나는 성 바울 성당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가이드 북을 뒤적거려 보지만 쉽게 방향감각을 차지 못했다. 

로우카우 맨션 골목에 여러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작고 소담한 것들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 마카오에는 가득하다


골목 전체가 꼬치구이 거리였다. 

여러 어묵과 해산물, 야채 등을 손님이 선택하면 주인이 뜨거운 물에 데쳐서 카레나 찰리 소스를 버물려 준다.

강한 단맛과 자극적인 냄새가 입맛과 함께 달아오른다. 

먹자마자 다소 지친 몸에 기관차를 단 것처럼 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듯하다.

꼬치구이 거리를 벗어나자 예정하지 않았던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미니크 성당'이 보였다.

전체적으로 노란색 벽면에 흰색의 꽃문양이 수놓아 있고 여섯 개의 작은 기둥이 성당을 떠받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길게 이어진 나무의자와 역시 노란색이 칠해진 벽면과 기둥이 소박하게 나타났다. 

뒤편에는 붉은색 촛불이 누군가의 소망을 위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나와 진짜 목적지인 성 바울 성당을 찾기 위해 골목 여기저기를 서성거렸다. 


여기서부터 여행의 재미가 생긴다. 하나의 목적지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길을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또한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어 나와 다른 문화와 풍속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중심 관광지를 벗어나자 마카오 현지인들을 골목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건물은 화려한 세나도 광장과 달리 다소 검은색 콘크리이트 모양을 띠고 있다.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나는 마카오의 정겨운 풍경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입정 상점들은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끝도 없이 인도를 따라 걷다 보니 다소 불안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마치 나 자신이 마카오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관광객들의 소란함에서 벗어나 차분히 길과 골목길을 걸으니 온전히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 낯선 곳을 걷고 있는 자신에 대해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녀들의 까르륵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예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분식점에서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고 있다. 

우리네 소녀와 똑같은 모습이다. 나는 그녀들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경사진 골목길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다. 다시 원색의 유럽식 건물들이 질서 정연하게 열대 나무와 함께 서있다. 

마카오 소녀들의 학교도 보였다. 군것질을 마친 소녀들이 쏜살같이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내지도를 연신 보며 성 바울 성당의 위치를 추측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연신 오케이라고 하면서 스마일이라고 말한다. 

포르투갈 양식의 건물 앞에 진열된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목적지를 묻자 친절하게 손으로 가리킨다. 조금씩 골목길의 정점으로 올라가자 노란색 광채를 띈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흰색의 창틀을 가진 이 건물은 마카오 예술의 숨은 명소인 '올드 레이디스 하우스'이다. 

우연하게 만난 올드 레이디스 하우스 그리고 프랑스 풍의 건축물들


마당 중앙에는 거대한 고목나무가 땅 속에서 손가락을 하늘로 뻗친 모양이다.

나무 가지가지 사이에는 휘황찬란한 연등이 달려 있다. 나는 강한 색채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경사진 골목길을 넘어 서자 이내 평평한 도로가 나왔다. 드디어 '성 바울 성당'이 나왔다. 


그런데 떠나오기 전 설레던 마음으로 보았던 전면부가 아니라 뒷면이었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흉측한 뒷모습을 본 듯 당혹스러웠다. 


또한 실망스러웠다. 나와 아무런 종교적 연관이 없는 이 불타서 허물어진 건물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했단 말인가. 나는 허탈한 마음을 억누르며 성당의 전면부로 걸어갔다. 

성 바울 성당의 다양한 모습


성당 전면부는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세공한 왕관처럼 보였다. 대리석 벽면에 다양한 종교적 상징물들이 새겨져 있다. 성당 계단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 사진 찍기에 여념 할 뿐 성당의 문화적 종교적 의미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몬테 요새'로 발걸음을 옮겼다.

1600년대 포르투갈인이 네덜란드 상인들과의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대포 22문이 있는데 이 중 19개는 대부분 중국 대륙을 향해 있다.

한마디로 중국 대륙 진출을 위한 요새였던 것이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서자 모자이크 모양으로 잘 조립된 돌담이 푸른 이끼와 함께 이 요새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돌 틈 사이로 이름 모를 열대성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성곽은 시간의 풍화를 겪은 늙은 창부처럼 속살은 갈라지고 검고 거칠다.  녹슨 포신들이 흐린 하늘을 정 겨냥하고 있다. 여전히 가랑비는 여행자의 머리 위에서 낮은 강을 이루고 있다.

성곽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 낡고 오래된 마카오 건물들이 삐뚤삐뚤 포진해 있다. 

하늘은 지상으로 검은 스프레이를 뿌린 듯 뿌연 안개 세상이다.  멀리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이 보였다. 


마카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몬테 요새


황금빛 연꽃 모양의 특이한 현대식 건물. 

옛 마카오 건물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의 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몬테 요새는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관람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다시 성 바울 성당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돌계단을 밟고 꾸역꾸역 밀려들어오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역시 상점들이 즐비하다.

한국말을 잘하는 마카오 처녀에게 '에그타르트' 하나를 구입했다.

배 고픈 마음에 덥석 입 안에 넣으니 미끄럽게 빨려 들어갔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차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싱글벙글 거리며 광장을 빠져나오는데 급작스럽게 병목현상이 생겼다. 좁은 골목길로 기념품 가게와 육포 상점이 줄을 서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시식코너에서 몰려있다. 나도 간신히 손을 뻗어 육포 하나를 집어 아직 에그타르트가 남아 있는 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주 진한 단 맛이 어금니 사이에서 배어 나왔다. 


협곡과 같은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잠시 허탈한 웃음이 삐져나온다. 

이 곳은 30분 전 가랑비를 맞으며 서성거렸던 세나오도 광장이었다.

나는 성 바울 성당을 가기 위해 너무 우회 도로를 거쳐 낯선 골목길을 돌고 돌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았다. 덕분에 마카오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며 일상적인 삶들을 염탐하고 기웃거릴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론 목적이 없는 우왕좌왕 마실 가는 듯한 유람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나는 다시 세나도 광장에서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여러 골목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작은 스쿠터 오토바이들이 담벼락이 붙어 있고 녹슨 철책문, 검은 전선들이 배암 마냥 엉켜 있다. 

옥상 위에서 줄기를 내린 꽃나무는 절반은 죽은 채 땅바닥으로 향하고 있고 골목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단지 벽면에 작은 제단을 마련하고 향불을 피워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도시 전역이 세계 문화유산 지역으로 선정된 마카오


옛날 그대로의 도시.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파헤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불편과 추함을 뛰어넘은 과거의 아름다움이다

세나도 광장 맞은편으로 1784년 건축된 포르투갈 시대의 정부 청사 건물인 '민정 총서'가 보인다. 

정문 중앙 윗부분에는 붉은 꽃잎 속에 '신년 진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나는 건물의 화려함에 이끌려 민정 총서 내부로 들어갔다. 

아치형 문을 들어서자 보랏빛 국화와 이름 모를 열대성 식물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고 중앙의 나뭇가지에는 붉은 복 주머니들이 주렁주렁 열매처럼 매달려 있다.

마카오의 관공서로 운영 중인 민정총서, 푸르투칼 건물풍과 중국의 소품들이 결합된 내외부의 모습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화려한 휘장과 노리개로 치장하여 낡음의 부식을 방지하고 있다. 

1층 로비 기념품 센터에는 귀여운 중국 대신의 피큐어와 분홍색 꽃송이, 그리고 탈춤놀이 때 사용하는 사자모양의 인형이 서있다.

나는 거기에서 2015년 을미년 양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복등을 든 양두인체를 하나 구입했다. 

다시 길거리로 나오자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좁은 인도를 통해 서서히 걸음을 옮기자 고색창연한 포르투갈식 건물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리고 황금빛 연꽃 모양의 리스보아 호텔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웅대함 그 자체인 1층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드넓은 홀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일반 테이블이나 머신 앞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꽃 모양의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과 그 주변 풍경


애초 도박에 관심도 없는 나는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데 내 눈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었다. 

그것은 8등신 미녀들이 속옷바람으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짙은 푸른색 조명이 흐르는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인형과 흡사한 창백한 백옥의 피부를 드러내며 그녀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몸을 비틀며 손을 휘저으며 발을 짝짝 올리며 때로는 거대한 봉에 매달려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며 관음증에 빠진 구경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 엄청난 쇼를 노골적으로 구경하는 것은 놀랍게도 공짜였다. 돈푼이나 있는 구경꾼들은 무대 앞에 마련된 bar에서 맥주 혹은 양주한 잔을 마시며 당당하게 그녀들을 탐닉했다.

나는 여행의 피로가 확 풀리는 듯 아랫도리가 후지끈해지며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웨이터에게 맥주 한 잔을 부탁하고 의자에 앉았다. 사진 촬영은 안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나는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무대를 훔쳐본다.

그리고 웨이터가 한 눈 파는 사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한 잔의 시원한 맥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무대 위의 무희는 더 이상 예술로 보이지 않고 야릇한 이미지로 떠올랐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2층 카지노장에서 공연 중인 무희들의  댄서


나는 몇 명의 무희들의 무대를 흡족하게 지켜본 후 다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정문 앞에서 고개를 꺾어 창공을 바라보니 역시 황금빛 투구 모양이 빛나고 있었다.

우람하고 날씬한 몸매이다.



리스보아 호텔 주변의 대부분은 카지노 호텔들이다. 

약 5분 정도를 걸어가자 윈 호텔이 나왔다. 거기에서도 뜻밖의 눈 호강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분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음악이 흐르고 분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동네는 무조건 춤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듯했다.

누구의 노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분수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마치 뛰어난 발레리나가 춤을 추듯 머리를 뒤흔들고 몸통을 회전하면서 하늘로 차 올랐다. 그것은 개인 안무가 아닌 물의 군무였고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일체의 통일성을 보여줬다. 

윈 호텔에서 제공하는 이 분수쇼는 낮보다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고 한다.

윈 호텔 분수대에서 펼쳐지는 water show,  하나의 예술 공연이다


각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는 무료이다. 

그러니깐 페리 선착장에서 각 호텔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선착장에서 다시 '베네치아 호텔'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바꿔 탔다.

다시 길을 달려 마카오 타워를 지나 바다 위 롤러코스터 모양으로 이어진 긴 다리를 건너 베네치아 호텔로 달렸다. 그 호텔에 큰 목적은 없었다. 단지 그 웅장함을 한 번 구경하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크레인이 고공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높고 넓은 큰 호텔들이 바벨탑 이상으로 우람하게 줄지어 서있었고 밤이 되자 화려한 네온사인을 뽐내고 있었다.

이윽고 거대한 왕궁이 나타났다. 세상에 태어나 저렇게 높고 큰 건물은 난생처음이다. 

천년왕국이 재림한 듯하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정문으로 들어선다.

천년 왕국의 베네치아 호텔과 시티 오브 드림으로 가는 붉은 터널


중앙 홀은 황금빛 테두리를 두른 건물의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고 돔 형태의 천장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벽화들이 금박 테두리 속에서 휘황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천장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랜드 캐널 숍'은 인공의 푸른 천장과 운하가 흐르고 그 주변에는 수백 개의 쇼핑몰들이 입점해 있다. 

복도 곳곳에는 베네치아 복장을 한 악사들과 마술사들이 여행객들 상대로 연주와 마술을 보여주며 독특한 재미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인공 운하에는 곤돌라가 손님을 태우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맨들 맨들한 대리석 바닥을 미끄럼을 타며 걸어 보아도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다시 메인 로비가 나오자 거대한 카지노 광장이 등장했다. 


이 거대한 호텔은 한 마디로 탐욕과 도박의 거대한 항아리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소유욕을 자극하고 주머니 속 지폐를 한탕의 미끼로 갈취하는 자본의 강패들이다.


이런 종류의 눈요기에서 벗어날 때도 됐는데 아직까지 남들이 말하는 특정 장소를  찾아다니는 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지 문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어스렁 거리다가 눈요기만 한 채 돌아오는 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세상을 내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유적지나 쇼핑몰, 마천루나 보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밖으로 나오자 마카오의 밤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럴수록 베네치아 호텔의 화려함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주변의 호텔들도 밤의 색깔로 갈아 입고 돈을 좇는 부나방 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마카오가 목적지였을 뿐 세부적인 여정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즉흥적으로 돌아다닌  마카오의 하루가 끝났다. 

다시 마카오 선착장에서 홍콩행 페리를 타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이명준이 진정한 광장을 찾아 몸을 던진 마카오 바다를 건너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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