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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Sep 13. 2020

포드도 멈추고, 페라리도 멈춘다

(2) 삶의 속도 : 전력 질주 vs 잠시 멈춤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최고의 자동차들이 24시간 밤낮없이 경주를 펼치는 프랑스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던 포드 자동차가 서킷을 벗어나 정비구간에 들어오자 여러 명의 메카닉(mechanic)들이 달려 나간다. 그들은 속전속결로 바퀴도 교체하고, 과열된 엔진도 점검하고, 헐거워진 문짝의 나사도 조인다. 그렇게 한차례 점검을 마친 자동차는 다시 최고 속력을 뽐내며 서킷을 내달린다.


2014 르망 24의 아우디팀, 출처: 글로벌오토뉴스


크리스찬 베일,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한 장면이다. 관객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숨 막히는 자동차 액션씬이나 결승선 통과 장면보다, 내게는 이 자동차 정비 장면이 마음에 더 깊이 남아있다. 전력으로 질주해야 할 레이싱카가 트랙 밖에서 잠시 쉬어가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쉼’에 대한 강박


우리나라에는 특유의 근면 성실함 때문에 ‘쉰다’라는 단어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특성은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극단적으로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새벽 6시부터 호텔 로비에 모여 온갖 랜드마크를 빠른 시간 안에 둘러보고 인증샷까지 몇 백장 남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하며 손해 보는 기분까지 느낀다. 쉬러 온 여행인지 고생하러 온 여행인지 가끔 헷갈릴 정도다. 이 정도로 우리는 ‘쉼’에 대한 못된 강박이 있다.


나도 그랬다. 늘 쉼 없이 정해진 트랙을 따라 달렸다. 대학 진학, 졸업, 취업까지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나갔다. 그 결과 재수생활도, 취준생활도 겪지 않는 아주 운 좋은 사람이 되었다. 조금 더 보태면, 인생의 굴곡 따위는 겪어보지 못한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  결과, 내게 돌아온  공허함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하는 사춘기 때나 고민할 법한 물음뿐이었다. 어렸을 때 뭐든지 척척해냈던 아이가, 커서는 오히려 방황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김이나 작사가는 이런 현상을 ‘애어른이 커서 어른 아이가 되는 아이러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멈춤’을 모르고 자란 모범생들은, 이후에 ‘어? 내 인생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 같은데?’하는 위기를 느껴도, 잘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생긴 채로 인생을 질질 끌고 가다가 몸과 마음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한 번은 회사에서 치약을 짜다가 잘못해서 치약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는데, 이것 때문에 미친 듯이 화가 나서 멀쩡한 칫솔을 휴지통에 집어던진 적도 있다. 단단히 고장 나 있던 마음이 엉뚱한 데서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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