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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Oct 14. 2020

나와의 대화,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1)

기질 및 성격 검사(TCI) &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파악하기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2020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영화는 단연 <찬실이는 복도 많지>였다. 영화 속 주인공 찬실은 한순간에 직업을 잃게 된 전직 영화 프로듀서다.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영화를 잃게 된 그녀는 크게 방황하게 되고, 어느 날 어떤 전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만나 다음과 같이 묻는다.


 “제가 다시 영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그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가 문제예요?”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죠.”


사실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 앞에 밀려오는 크고 작은 인생의 파도를 넘기 바빠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따위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영화 속 40세로 등장하는 찬실도 큰 어려움을 겪고 백수가 되고 나서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독한 직장인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게도 그 시기가 찾아왔고, 나도 이제는 진지하게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와의 대화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나와의 대화. 듣기만 해도 너무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어서 시작도 전에 조금 질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자, 백수 선배인 동생은 일단 뭘 할 때 순수하게 기쁜지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뭐든지 '좋아하는 마음'부터가 시작이라고, 무엇을 할 때 마음이 설레고 의욕이 샘솟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오히려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그런 것 따위는 나와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이나 취미 관련해서 몇 가지가 떠오르긴 했지만, 음, 그게 과연 내가 좋아하는 걸까? 마음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나를 알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단서를 찾는 게 조금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원래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시도 1. 기질 및 성격검사

(TCI :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한 심리상담센터에서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진행해보았다. TCI는 개인의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측정하는 검사이다. 일단 나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을 알아야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약간의 부담스러운 금액을 감수하고 검사를 진행해보았다.

 

* 기질 :  유전적으로 타고난 개인의 '천성'이며, 일생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속성을 보임
   - 척도 :  자극 추구 / 위험회피 / 사회적 민감성 / 인내력
* 성격 :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하여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후천적으로 형성된 '자기 개념'
  - 척도 : 자율성/ 연대감 / 자기 초월


나의 기질이나 성격의 장/단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 풍부한 감수성과 순발력을 지니고 있는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람

(단) 강렬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며, 대개 애정과 분노가 뒤섞인 관계를 맺는 편


(장) 상황 변화에 따른 감정 변화의 폭이 큰 편이며,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정열적인 느낌을 줌

(단) 즉흥적인 충동에 이끌려 행동하는 면이 있고, 성급한 행동을 보일 수 있음


결국, 전체 결과를 관통하는 단어는 '감정', '감수성', '표현', ‘열정’, ‘자유’ 등과 같은 단어였다.  또한,  '인생은 힘든 세상과의 고달픈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이라거나,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잘 느낌'과 같은 결과도 눈에 띄었는데, 이 또한 나의 예민한 감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좋게 말하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왜 그렇게 유난히 힘이 들었던 것인지, 사람들의 발언이나 행동이 왜 그렇게 불편했던 것인지, 나는 왜 감정을 쉽게 흘려보내는 타입의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렴풋이 내 성격이나 기질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검사 결과를 직접 받아보니 새삼스러웠다.


이런 성향을 고쳐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추천된 김이나 작사가의 토크 콘서트 영상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김이나 작사가는 내가 남들의 기준에 맞춰 깎아내려고 하는 면들은 대부분 나의 어떤 면이 남들보다 과잉되어 있다는 것이고, 실은 이건 깎아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나의 '재능'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쩐지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풍부한 감수성과 예민함 같은 것들도 어쩌면 나의 '재능'으로 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나친 감정 기복으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커버 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1VPINRGZ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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