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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Oct 26. 2020

백수의 일희일비하는 삶

공모전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마음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공모전에는 항상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당선되면 하루 종일 도파민이 분비되어 필요 이상의 행복감에 취해 지내지만,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괴로워서 다음부터는 절대 도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8월, 브런치에 발행한 첫 글로 <나도 작가다> 3차 공모전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나름 반응이 좋았던 글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꽤 상심이 컸다.


 “난 아무래도 안 되는 건가 봐. 난 아무래도 글렀나 봐. 그만 해야 되는 건가 봐.”


방에서 조용히 작업하고 있는 동생을 찾아가 랩 같은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러자 동생은 공모전에 떨어졌다고 해서 언니의 글이 가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섣불리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위로했다. 그 위로를 듣고 그냥 입을 닫았어야 했는데, 원래 우는 아이를 달래주면 더 우는 법. 나는 ‘아냐 아냐 난 틀렸어.’와 비슷한 문장을 조금씩 바꾸어 계속 읊조렸다.


   아직 뭘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틀렸대.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


 동생은 나의 끝없는 푸념을 중간에 뚝 끊어버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제야 나는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와 가만히 지난 날짜를 헤아려볼 수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나는 고작 3개월 남짓 매일 읽고 쓴 것뿐이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수없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니, 그제야 나의 불확실한 미래가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냥 계속 해. 계속하다 보면 돼.



 동생은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알겠지만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처방전 하나를 내게 던져줄 뿐이었다.


 

물론 나도 공모전의 생리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심사팀 내부적으로 원하는 스타일이나 주제가 따로 있을 수도 있고, 그 외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그것이 글의 가치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내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날은 어떤 위로도 먹히지 않아 맘껏 술을 퍼마시고, 압구정 일대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내 전매특허인 ‘뛰는 주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렇게 뛰고 뛰고 또 뛰다 보니 불현듯 명료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지금 계속 쓰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슬프지만 그 정도로 가진 것이 없는 백수였다.


출처 : https://viviz.tistory.com/m/10






* 커버 출처 : http://jjal.today/bbs/board.php?bo_table=gallery&wr_id=850&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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