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를 내려놓고, 리듬에 다시 들어가다
멜로디 연주에 대한 환상과 집착을 내려놓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왔다. 길게 잡아도 일주일. 귀멸의 칼날 OST를 기타로 완벽하게 치는 영상을 보고 '멜로디 앓이'에 걸린 날부터, 어쨌든 지금 내 실력으로는 아직 아니구나를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아쉬움은 남는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멜로디로 해냈다는 경험은 악기 공부에 큰 동기가 되니까. 그렇다고 속이 썩을 만큼 상하진 않았다. 일주일간 열심히 붙들었는데도 이 정도라면, 당장은 아닌 거다.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내가 처음 기타를 배우며 품었던 마음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 통기타 한 대로 노래를 부르던 무명가수의 모습을 이미지로 떠올리며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총정리하듯 복습을 시작했다.
피크를 잡고 슬로우 고고와 칼립소로 두세 곡만 제대로 익혀보자고 했다. '목로주점'과 '아파트',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전주는 두 마디를 깔끔하게 치고 들어가서는 박자 흔들리지 않게 몸을 까딱 거리며 리듬을 탔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단순하게 연주하니 마음이 오히려 잘 풀렸다.
기타를 처음 배울 때 피크가 자꾸 미끄러져서 불편했는데, 구멍 뚫고 스티커 붙이라는 조언은 차마 못 따라 하고 그냥 손에 익을 때까지 버텼다. 두 달쯤 지나자 손과 피크가 서로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멜로디도 결국 그런 거겠지. 당장의 연습이나 집착보다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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