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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의 와인에 담긴 아들의 별명

Blue Eyed Boy Shiraz 2022

와인을 마신다는 건 단순히 한 잔의 술을 즐기는 게 아닙니다. 어떤 병에는 토양과 기후의 흔적이, 어떤 병에는 와이너리의 철학이, 또 어떤 병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죠. 오늘 소개할 이 와인, Blue Eyed Boy Shiraz는 바로 그 마지막에 해당합니다.


몰리두커, 왼손잡이의 와이너리

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과 랭혼 크릭(Langhorne Creek)에서 탄생한 와이너리 몰리두커(Mollydooker). ‘몰리두커’는 호주식 표현으로 **“왼손잡이”**를 뜻합니다. 설립자 Sarah와 Sparky Marquis 부부가 둘 다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죠.

이 와이너리는 설립 초기부터 “와인은 진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리두커 와인에는 항상 재미와 유머, 따뜻한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 개봉 전에 병을 흔들어 산소를 날리는 **‘몰리두커 셰이크(Mollydooker Shake)’**라는 독특한 의식(?)도 있답니다.


Blue Eyed Boy가 특별한 이유

몰리두커 와인 라인업 가운데에서도 Blue Eyed Boy Shiraz는 특히 특별합니다.
이 와인은 설립자 사라 마르키스의 아들 **루크(Luke)**의 별명에서 따왔습니다. “푸른 눈동자 소년”이라는 애칭이 그대로 와인의 이름이 된 것이죠. 라벨에 새겨진 흑백 사진 속 소년 역시 바로 그 아들을 담은 것입니다.

즉, 이 와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병이자, 세대를 이어가는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블루 아이드 보이는 몰리두커 와인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꼽히곤 합니다.


와인의 매력

품종: 시라즈 100%

풍미: 블루베리, 잘 익은 자두, 크리미한 모카와 초콜릿, 은은한 스파이스.

알코올: 약 16% – 강렬하면서도 놀랍도록 부드러운 마무리.

스타일: 힘 있는 풀바디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음용 시기 & 팁

지금 바로 마셔도 좋지만, 2025~2032년까지 가장 아름다운 전성기를 보여줄 것입니다.

마시기 전 30분 정도 디캔팅을 하면 향이 훨씬 화려하게 열립니다.

양갈비, 스테이크, 또는 매콤한 아시아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마무리

Blue Eyed Boy Shiraz는 그 자체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인 와인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잔을 기울이는 순간의 감동은 더 커집니다.



몰리두커 와인을 알게된 건 2013년 미국에서 잠시 거주할 때인데요.

'더 복서'라는 와인 라벨이 너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그 때도 싼 가격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미국 와인이 지천에 널려있어서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한번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더 복서'보다 상위 등급인 블루아이즈 보이즈를 말이죠.

그런데 왜 전 몰리두커 와인을 남아공 와인이라고 생각했을까요?

호주와인인데, 말이죠.

분명 미국에서 남아공 코너에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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