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처음 뵙겠습니다!" 의 종말..

AR 글래스 시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상

by 미래관찰자

대한민국 5천만 명 중에 나는 몇 명을 알고 있을까? 물론 '안다'의 정의가 매일 같이 얼굴을 맞대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과 동료들 수준에서, 미디어에서 접하는 공인의 범주에 있는 사람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수준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단 한번, 내 전화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사람을 보니 오늘 기준 4,203명. 페이스북/링크드인 등 지인을 합지면 (중복도 많겠으나) 대략 5,000명. 그 외 나만 상대방을 아는 공인도 몇 천명? 그렇게 최대한 많이 잡아도 총 2만 명을 넘기도 어려울 것이다. (0.1%를 알기도 불가능)


assets%2Ftask_01jv4yqvx3fg1b0va78ng5cch5%2F1747144529_img_0.webp?st=2025-07-30T23%3A52%3A54Z&se=2025-08-06T00%3A52%3A54Z&sks=b&skt=2025-07-30T23%3A52%3A54Z&ske=2025-08-06T00%3A52%3A54Z&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oid=8ebb0df1-a278-4e2e-9c20-f2d373479b3a&skv=2019-02-02&sv=2018-11-09&sr=b&sp=r&spr=https%2Chttp&sig=M3U8NW1pjCTUNnrWxL6S4%2BZb7bNKF%2FIOX03Q8KsnMSo%3D&az=oaivgprodscus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길을 걷다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더라도 이런 상황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포브스에 올라온 아래 기사를 보며 새로운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기사의 내용은 하버드 학생 2명이 메타 레이밴 선글래스를 활용해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와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를 결합,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들의 이름, 주소, 직업 등 개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상황이 아래와 같이 변할 수도 있을까?

assets%2Ftask_01jv4yaxbxf07rbfbs9qp4z61w%2F1747144086_img_0.webp?st=2025-07-30T23%3A52%3A54Z&se=2025-08-06T00%3A52%3A54Z&sks=b&skt=2025-07-30T23%3A52%3A54Z&ske=2025-08-06T00%3A52%3A54Z&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oid=8ebb0df1-a278-4e2e-9c20-f2d373479b3a&skv=2019-02-02&sv=2018-11-09&sr=b&sp=r&spr=https%2Chttp&sig=5FIwuvN82Y%2BN662CqMda9II0Uq4YG1NanWJL%2BN9oxcs%3D&az=oaivgprodscus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AR글래스로 이 사람을 바라보면 이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등을 알 수 있고, 심지어는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등 사적인 정보 영역까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인간관계 3가지(①서로가 서로를 아는 상호 지인, ②한쪽이 상대를 알고, 상대는 나를 모르는 단방향 지인, ③서로 상대방을 모르는 비지인) 중 세 번째 비지인이라는 개념이 아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변화는?


인사말의 변화. 더 이상 어색한 첫 대면은 없다: 이제 "처음 뵙겠습니다"는 역사책에나 나오는 구닥다리 인사말. "김 OO 님, 최근 블로그 글 잘 봤습니다"라는 첫마디를 길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듣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인간관계의 onboarding 속도가 5G 급.. (음 그런데,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생각될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김)


범죄자,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어느 어두운 뒷골목에서 불시에 발생하는 강도나 폭행범 등의 범죄. 이제는 그 피해자 또는 옆을 지나가는 보행자들이 피의자들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바로 AR글래스를 통해 피의자의 인적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될 것이다. 피의자를 식별하는 인간 CCTV가 모든 곳을 커버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20250514_0039_뒷골목 강도와 AR글래스_simple_compose_01jv54pv67ew9rb7z0znayxwsm.png


잃어버린 우리 아이를 찾습니다 T_T 이제 그런 것 없어요: '21년 ~ '23년 동안의 통계를 확인하니, 3년간 실종신고 건수가 13만 9154건이나 된다(18세 미만 아동 7만 3423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2만 3950건, 치매환자가 4만 1781건 등). 이제 길거리에 온통 인간 CCTV들이 돌아다니다 보니, 이중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실종자라면 빠른 시간 안에 찾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는, 수십 년 전 어린 시절 미아가 되어버린 아이를 포스터 속의 그 시절 얼굴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지 AI를 통해 예측하고, 성인이 된 실제 모습과 대조하여 찾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20250514_0036_성장한 미아의 재회_simple_compose_01jv54hnvdebz8zphbnnj6xjkk.png


몇 가지 상황만 떠올려 보았는데, 아마도 상상력을 펼쳐본다면, 이 외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부정적인 우려는?


사생활? 그게 뭐였죠?: 거리에서 그저 걷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가 나의 이름과 직장, 예전 트윗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해 보자.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그때 그 밈 진짜 웃겼어요!”라고 말한다면?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순간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익명성은 고작 몇 미터 앞의 눈 맞춤으로 무너진다.

카페에서 조용히 심각한 집안일을 상의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AR글래스를 낀 손님이 우리를 쳐다보고, 어느 집의 어떤 심각한 일을 얘기하는 것인지 단박에 인지한다. 혼자만 알고 있어 준다고 해도 그나마 다행이다. 지인들을 통해서든,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든 퍼져나간다면 대략 난감

20250514_0033_뉴욕 카페 풍경_simple_compose_01jv54br20fd9r5ejmvvzqv8y5.png


'나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금지: 피곤한 주말 아침,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에 갔다가 옆 사람의 글래스에 의해 촬영되고, 'XX VC 대표의 무방비 외출'이라는 제목으로 밈이 돌 수 있는 시대. 누군가의 시선이 곧 기록이 되는 사회에서는 매 순간이 퍼포먼스가 된다. 편하게 쉴 권리조차, 설명 없이는 방종처럼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를 상상하며 딥테크 영역에 투자한다고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으로서, 부정적인 상상은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그전에,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AR 글래스가 이토록 강력한 ‘인간 탐지기’가 된다면, 우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은 대부분 ‘기술이 앞서고, 규제가 뒤따라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얼굴 한 번 스친 것만으로 내 과거와 현재가 추적되는 사회라면, 그 기술은 시작부터 윤리적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공공장소에서의 얼굴 인식 금지’, ‘AI 기반 감시 기술 제한’ 등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얼굴 인식 방지 필터’, ‘AR 글래스의 정보 노출 제한 모드’ 등의 솔루션이 실험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이고, 믿음은 가지 않는다)


결국 이 질문은 기술 사용자 개인을 넘어선다.

사회 전체가 어떤 기준선 아래서 이 기술을 허용할 것인지,

그 경계와 장치를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은 빨간 약? 파란 약?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개인들의 선택은 두 부류로 크게 나뉠 것이다. 수용과 회피(빨간약과 파란약)

적극적 수용자: 인생은 정보다! 얼굴만 보면 상대방 배경 체크 끝. 네트워킹, 출퇴근, 소개팅, 심지어 아이 돌봄까지 글래스로 해결. 미니홈피를 파도 타고 온라인 세상을 누비던 시대를 떠올리며, 이제는 AR글래스를 타고 현실세상에서 인맥 파도타기


강력한 회피자: "나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 이제 디지털 공간에 나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SNS 비공개 전환, 심지어 '디지털 은둔자' 선언. AI가 나를 찾지 못하게 숲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생길지도.

'Years and Years'라는 근미래를 상상하는 영드에서도 봤던 장면인데, 얼굴을 홀로그램으로 위장할 수 있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20250513_2257_사이버틱 젊은 여성_simple_compose_01jv4yvx8fe4a981g8ax6ayqen.png
20250513_2324_화려한 홀로그램 마스크_remix_01jv50e0zhfgp8gay8mv3bnhsn.png


또는, 가장 원초적 방법으로 마스크로 얼굴을 항상 가리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고(요새 마스크를 써도 스마트폰 잠금이 열리던데...), 히잡/차도르를 넘어 니깝/부르카가 대유행하는 시대가 올 수도?

88725902.1.jpg 출처: 동아일보 기사

심지어는, 존 트라볼타/니콜라스 케이지의 '페이스오프'에서 봤던 안면을 성형으로 완전히 바꿔버리는 수술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도?




모두가 모두를 서로 아는 시대, 당신은 어떤 약을 삼키시겠습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한때 짐을 직접 들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