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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알약 타고 출근합니다!

2부 - 현실을 덮쳐오는 미래, 누가 만들고 있는가

by 미래관찰자

지난 편에서는 '나노로봇'이라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상상 속의 기계팔 달린 로봇이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기능성 분자'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기술들이 이미 의료 현장에 조금씩 도입되고 있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그런 기술들을 진짜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팀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 이 글은 내가 바이오 전문 투자자라서 쓰는 글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이 분야가 익숙하지 않아서, 최대한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그리고 그 기술들이 내 눈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상상하면서 써보고자 한다. 그래서 기술적인 표현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보려 한다. 의학 용어나 생명과학을 잘 모르는 분들도, 부담 없이 따라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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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anobots Therapeutics (스페인)

암세포만 찾아가는 DNA 상자 로봇

이 회사는 종이 접기처럼 DNA를 접어 만든 상자 형태의 작은 로봇을 만든다. 그 상자 안에는 항암제가 들어 있고, 상자 바깥에는 '이 상자는 어떤 종류의 암세포를 만나야만 열려라'는 조건이 걸려 있다.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특정 암세포의 표면에서만 열리게 설계된 것이다.


그래서 이 DNA 상자 로봇이 우리 몸을 돌아다니다가 정상 세포는 그냥 지나치고, 암세포만 만나면 열리고 그 자리에서 약을 뿜어낸다. 아주 작은 저격수처럼.


이 방식은 동물 실험에서 꽤 큰 효과를 보여줬고,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에게도 써보는 '임상시험' 단계로 가려고 준비 중이다. 과거의 항암제가 온몸을 뒤흔들며 치료하던 '융단폭격'이었다면, 이건 표적만 노리는 정밀 저격이다.



2. Theranautilus (인도)

치아 속 미로를 청소하는 나노 청소부

치과 치료, 특히 신경치료는 정말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시술이다. 신경을 깨끗하게 제거했다고 해도, 치아 뿌리 속엔 아주 작고 얇은 관(상아세관)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거기까지 세균이 남아 있으면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는 그런 관 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자석 입자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 입자를 치아 속에 넣은 뒤, 자기장을 조절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고, 회전시켜서 그 안에 붙어 있는 박테리아와 세균막을 물리적으로 닦아내는 기술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청소부 로봇'을 이용해 치료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시도다. 이 기술은 이미 인도 정부 기술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았고, 재감염률을 낮추는 데도 실제로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3. Eascra Biotech (미국)

우주에서 만든 재생물질, 지구의 관절을 고치다

이 회사는 조금 특별하다. 나노물질을 우주에서 만든다. 실제로 NASA와 협력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왜 굳이 우주에서 만들까?


그 이유는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의 환경에서는 '자기 조립'이라는 과정을 더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조립이란, 아주 작은 분자들이 스스로 정해진 구조로 모여서 형태를 갖추는 현상인데, 지구에서는 중력이나 미세한 흔들림 때문에 구조가 완벽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그런 방해 요소 없이, 정말 정밀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노물질은, 특히 관절이 닳아버린 곳에 다시 조직이 자라도록 도와주는 데 쓰이고 있다.


요약하면, '우주에서 만든 재료가 지구에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시대가 정말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4. 기초과학연구원 IBS (한국)

스스로 판단하는 DNA 집게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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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뒤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는 스스로 질병 유무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작동하는 DNA 구조체를 만들었다. 모양은 마치 집게처럼 생겼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암세포에 특이하게 많이 나오는 특정 RNA 신호를 만나면 집게가 열리고, 그 안에 든 유전 물질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건 단순한 약물 전달이 아니라, 일종의 '생각하는 로봇'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기가 들어간 세포가 정상인지 암세포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조건이 맞을 때만 약을 작동시킨다. 아주 단순한 수준이지만, 미래형 지능형 로봇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이 네 개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기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 실험을 넘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 들어가려 하고 있고, 어떤 기술은 이미 상용화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알약 하나로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무책임한 상상이 아니다. 이 개척자들이 조금씩 그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예고: "정말 수술까지 가능할까? 그들은 어떻게 자르고, 봉합할까?"


사실 어쩌면, 이 글을 1편, 2편으로 나누어 쓴 이유는, 3부에서 하게 될 상상이 너무 허황돼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기에, 그 상상을 조금이라도 현실과 연결해 보기 위해 공부하듯 써 내려간 글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약물 전달이 아니라, 진짜 외과 수술. 절개, 절단, 제거, 봉합까지. 그 모든 물리적 행위를, 과연 나노 단위의 로봇이 해낼 수 있을까?


3부에서는 그 ‘미래 수술실의 내부’를 직접 상상해 본다. 로봇은 어떻게 수술을 수행할까?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그리고 그 작은 로봇들이, 몸속에서 어떻게 협업하게 될까?






1부 - 출혈 없는 수술실, 그 안에서 깨어나는 로봇들


3부 - 절개 없는 수술실, 로봇 군단(Swarm)의 지휘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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