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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 Apr 18. 2024

먹고살길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 (2)

돈 벌어야겠다.

문득, 이제 그만 놀고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범대긴 했지만 지방대였다. 과외는 몇 번 해 봤지만 학원 강의는커녕 조교 업무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임용고시도 응시해 보았지만 2차에서 떨어졌고, 다시 임용고시를 봐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결정된 것이 전혀 없었다.

글을 써 보고 싶기도 했지만 내 전공을 떠나 다른 일로 먹고살 자신이 없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기도 했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일을 업으로 삼기는 두려웠다.


어떤 일을 해야 내가 가장 행복한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분명치가 않았다.



그러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월급 x만원"이라는 제목의 구인게시판 공고였다. 어그로일 뿐이겠지, 생각하면서도 그 게시글로 마우스가 움직였다. 흘낏 보니 조회수도 가장 높았다.


공고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았다. 간략한 학원 위치와 연락처, 그리고 '해가 바뀌면 월급도 올라간다'는 정도의 내용만 적혀있었다. 내가 당시 살던 지역도 아니고, 꽤나 시골에 위치해 있는 자그마한 학원이어서, 이곳으로 취업하겠다는 결정을 쉬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공고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문자를 전송했다. 어느 학교 어느 과의 누구누구이고, 과외 경력 n년 있습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통화가 가능하냐는 답장이 왔다. 조금 당황했지만 나는 원장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카페에서 미팅을 했고, 시범강의나 테스트도 없이 그냥 그렇게 그 학원에서 근무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일사천리였다. 원장선생님은 어린 내 나이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뭐, 결론적으로는 그 학원에서 오래 일하지 못했다. 작은 회사 특유의 비체계적인 시스템과 과도한 수업스케줄이 나를 힘들게 했고, 한 시간 한 시간 수업을 쳐내는 데만 해도 너무 바빠 내가 원하는 정도의 퀄리티를 갖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원장선생님은 '본인보다 어린 사람을 뽑아야 부려먹을 수 있다, ' '이 지역은 사람 구하기 어려워서 돈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 등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말들을 내 앞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그 학원을 비난하려는 목적의 글은 아니므로 이 정도만 나열하겠다. 그 외 여러 사건들로 인해 학원에 마음이 뜬 나는 결국 '무조건 체계가 있는 대형 학원에서 일해야 한다'는 교훈만을 얻은 채,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직할 때는 다음 회사가 정해진 이후에 옮기는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그만둘 때는 2달 전에 통보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썼던 나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회사든 학원이든, 보통은 합격하자마자 바로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기존 학원에 퇴직 의사부터 통보했다. 그리고는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중 한 학원은 붙으리라는 기대도 없이 경험 삼아 지원했던 대형 유명 학원이었다. 기존 학원에 재직 중인 와중에 서울까지 가서 면접을 봐야 했으니, 시간을 쪼개고 양해를 구해 겨우겨우 가능한 시간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무려 50분짜리 시범 강의를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휴일에는 시범 강의 준비에만 매진했지만, 그러면서도 합격할 가능성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종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 꽤 실력이 있을지도…? 마음이 들떠왔다.


내가 옮길 학원은 100% 능력제여서, 매출에 비례해 월급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이전 학원을 그만두고, 다음 학원으로 옮기기까지 잠깐의 공백기가 생긴 지금의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 여념이 없다.



언젠가 일타강사로서의 일상을 에세이로 쓸 수 있는 날을 꿈꿔보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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