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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Oct 22. 2023

스물아홉, 도피유학..?

Ep33


스물아홉에 한국을 떠나 머나먼 나라에 공부를 하러 왔다. 일이 년도 아닌 6년 동안이나.


 내가 도피유학을 하고 있는 건지 가끔은 의문이 든다. 도피유학의 뜻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해외로 간 사람을 의미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학은 이미 졸업했지만, 의전원은 거의 사라지는 추세고 수능으로 도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스카이 대학에 붙고도 의대, 약대, 치대를 가기 위해 포기하는 이 시기에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대학 입시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보단 혼자 독학을 했고,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냥 성실하게 매일 노력해서 겨우 내신만 좋게 받았다. 벼락치기는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객관적인 위치를 다시 한번 깨닫고 나니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유럽은 입학은 쉽고 졸업이 어렵다고 하니 내가 정말 의사 할 자격이 없다면 유급을 할 것이고, 유급을 하면 깨끗하게 포기할 각오를 했다.


돈이 문제였지만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찾았고 그래서 올 수 있었다. 학비가 우리나라보다 비싸고 학자금대출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장학금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유학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해외로 목적의식이 없이 도피성으로 해외 유학을 간 것 또한 도피유학이라고 한다. 도피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목적의식이 없지는 않다. 의사가 꼭 되겠다는 생각은 항상 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떠난 것이 생각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비슷한 나이대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나 또한 그 부분에서는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내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할 때도 많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통과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한국에서 졸업하고 의사를 바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가 헝가리 의대가 해외의대 중에서도 타깃이 되어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가 않은 경우가 많다. 똑같은 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했는데도 제대로 된 의사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다녀본 입장에서 돈 많은 애들에게 학위장사를 한다고 하기엔 졸업까지 너무 힘들다. 학교 교칙에 시험에서 몇 번 이상 통과하지 못하거나 몇 학점 이상 통과하지 못하면 퇴학까지 시킨다. 그 외에도 많은 교칙이 있어 아무에게나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말하기 시험이 주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한국에서는 출석을 정말 안 하거나, 아예 백지상태로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F를 주는 일은 드물다. 여기서는 말하기 시험이기 때문에 기준이상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1점(한국의 F)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1점으로 통과하면 다음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한국의 의대처럼 예과, 본과가 없어 1학년때부터 무조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열심히 해도 학년에 못 올라가는 사람이 많다. 헝가리 의대를 좋게 봐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호락호락하게  돈만 주면 의사 면허를 주는 곳이 아니다.


도피성이기엔 나에겐 너무나 여유가 없다. 내가 정한 나만의 규칙에 따르면 한 과목만 통과하지 못해도 이 과정을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을 때보다 훨씬 더 공부를 많이 한다. 한 과목만 통과하지 못하면 유급을 하는 이 구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나는 매일 너무 궁상맞게 살고 있다. 여기서는 한국처럼 전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세가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다 절약한다. 한국에서는 대학생이면 과외를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는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나의 유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보는 관점에 따라 나는 ‘도피성 유학’ 일 수도 있다. 도피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려면 끝까지 졸업을 하고, 한국 국가고시를 합격해 정말 의사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긴 여정을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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