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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리더는 되지 말자

내게 딱 맞는 리더십 스타일이 있다

by 임희걸

결점 없는 리더가 되려 애쓰면 갈등을 겪는다.


처음 팀장으로 지목되면 당연히 멋진 팀장이 되고 싶어진다. 가슴이 뜨거울수록, 팀에 애정이 깊을수록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다. 팀장이라면 누구나 완벽할 수 없음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나도 모르게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전 팀장님들과 다르게, 나는 팀에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겠다.'
'원온원을 통해 늘 소통하고 팀원의 사소한 고민까지 파악하는 팀장이 되겠다.'
'팀원의 자기 계발을 적극 지원하겠다.'
'성과 관리를 아주 제대로 해서, 1년 안에 성과를 보여주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결심했던 모습과 점점 멀어졌다. 가슴 한구석에 훌륭한 팀장이 되겠다는 열망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바라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전혀 다름을 깨달았다. 그 괴리감에 하루하루 괴로워했다.


초심, 그 최초의 결심을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나 뿐만이 아니다. 결심하고 좌설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서 자책을 계속하는 팀장이 부지기수다. 일부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달아난다.


실무를 전혀 하지 않는 팀장도 업무량과 시간에 쫓긴다. 그들도 완벽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 애초에 모든 면에서 최고의 팀장이란 불가능하다. 실무형이건 아니건, 지금의 팀 상황에 맞는 최적의 리더만 존재한다. 최고가 아닌 최적이 되려고 애써야 한다.


리더십 프로그램에서 제안하는 리더십 모델 자체가 바뀌었다. 과거의 리더십 수업에서는 리더로서 꼭 필요한 기준을 전부 강조했다. 리더는 인성이 좋아야 하고, 경청과 소통 스킬을 갖추어야 했다. 빠르면서도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해야 했다. 비전을 세우고 차곡 차곡 성과관리를 이루어내야 했다. 허점이 전혀 없이 논어의 <군자>와 같은 리더상을 내세웠다.


지금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리더가 불완전성을 인정한다. 어느 상황, 어느 조직에나 딱 들어맞는 <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하나의 지향점이 있다. 소설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처럼 롤모델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거기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노력은 하되 내가 군자가 아니라는 점을 늘 떠올려야 한다.


모든 면을 다 갖추려고 하면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특정한 영역에서는 꽤 잘할 수도 있다. 다 잘하지 못해도 팀원들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그걸 잘 조율하는 팀장이 있다. 다른 면은 약해도 팀의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주며 같이 하자고 외치는 팀장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팀원의 가슴이 뛰게 만들면 충분하다.


진수 팀장은 동네 형처럼 편하게 관계를 맺고 어떤 고민이라도 들어 준다. 다른 팀장, 팀원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점심, 저녁 시간 후배, 동료와의 약속으로 캘린더가 빼곡하다. 진수 팀장 자기도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걸 좋아한다. 그게 자기 장점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팀원에게 업무 관련한 인사이트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부족한 팀장이 아닐까 늘 걱정했다. 어울리고 소통하는 것만은 어떻게 잘할 자신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다.


불완전성을 인정하면 자리의 무게감이 가벼워진다. 모든 걸 잘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부담감이 크지만 한 가지만 잘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고민의 무게가 크게 줄어든다. 실무형 팀장이 짐을 내려놓으려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면 된다.


영역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내게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하면 된다. 리더십 스타일이란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방향성을 정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다. 팀의 계획을 추진하고 팀원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누군가는 자신의 견해를 믿고 밀어붙인다. 누구는 팀원의 의견을 모두 듣고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애쓴다. 맞고 틀림은 없다. 각자가 가진 가치관과 강점을 발휘하여 적절한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하고 팀을 이끌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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