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이 수업 중에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무예를 수련한 유단자와 길거리 싸움으로 잔뼈가 굵은 스트리트 파이터가 있다. 이 둘이 이종 격투기 링에서 붙는다면 누가 유리할까?"
물론 개인의 트레이닝 정도에 따른 실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동일한 시간 동안 훈련했다고 가정한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쪽이 이길 확률이 높다. 선생님은 체육이라는 과목에 이론도 필요하지만 결국 몸으로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이런 질문을 하셨다.
일에서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자격증이나 MBA 과정을 통해 기초 지식을 쌓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의 실력은 경험의 양이 좌우한다. 높은 업무 성과를 올리려면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맥락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터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면서 실행력을 조금씩 쌓아가야 '일머리'가 생긴다.
일머리가 생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선배나 멘토가 알려주는 일의 기초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실제 일하면서 맥락을 보는 눈, <해석>하는 힘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내가 경험하고 나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을 새로운 일에 <적용>한다.
이렇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일머리가 늘어나려면 성장에 적당한 일을 맡겨야 한다. 유독 팀원을 잘 키우는 팀장이 있다. 그 팀장이 담당하는 팀에만 가면 팀원이 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렇게 팀원을 잘 키우는 팀장은 일 맡기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팀장이 팀원에게 일을 맡기는데, 일을 잘 맡기는 요령이 따로 있을까? 일을 잘 맡긴다는 건, 조금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하게 하고 일의 진행이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1)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도전하게 한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정해진 루틴에 빠지기 쉽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이 익숙해진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많은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사전에 정한 진행률도 챙겨야 하고, 성과물도 점검해야 한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료와의 소통과 협력 방법도 신경 쓰게 된다.
나는 팀원이 담당한 직무 중에서 프로젝트 형태로 뽑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여 마이크로 프로젝트로 운영하게 한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구분하기 위해 마이크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보통 작은 프로젝트는 1~3개월 정도로 마감 기한이 정해진다. 성과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타임 라인과 성과물을 챙기기 좋다.
마이크로 프로젝트의 PM 역할을 통해 팀원은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된다. 일상적인 자기 업무만을 할 때에 비해 유관 업무를 보고 큰 그림을 읽으려 노력하게 된다. 이런 시각 전환 노력이 일머리를 키운다.
(2) 고난이도 업무 맡기기
어느 조직이나 우선시하는 업무 역량이 있다. 영업의 비중이 큰 회사는 고객과의 소통과 설득을 중요시한다.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능력을 높게 산다. 전략과 기획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런 직무를 담당해야만 빨리 승진하는 조직도 있다.
조직에서 원하는 중요 능력이지만, 그걸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팀원은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조직이 바라는 역량을 키우고 싶어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안절부절한다. 이럴 때는 팀장이 등을 밀어주는 것이 맞다.
매년 연초에 원온원을 할 때, 그해에 새롭게 도전할 업무를 하나씩 정하도록 한다. 경험상 고난이도 업무는 실패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팀원 스스로 도전하겠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팀장이 격려하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때 시도해 볼 용기를 얻는다. 1년에 한두 가지 정도라면 팀원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