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시각을 고집하는 팀원
중1 사춘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황당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당황하게 됩니다.
"공부를 왜 해? 취업을 왜 해야 해? 유튜브로 대박 나면 외제차 타고 해외여행 다니며 살 수 있어."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아이는 자기가 미디어를 통한 본 정보를 그대로 믿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알게 된 부분적인 세상이 전부라고 쉽게 생각해 버립니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을 알기에 조언을 하지만 이런 편협한 세계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도 편협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팀원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안타깝습니다. 이들도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이야기나 일부 선배들의 잘못된 회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열심히 일해봐야 연봉 차이가 몇 천 만원씩 나는 것도 아니고, 팀장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러니 저는 제게 맡겨진 일만 딱 하고 취미 생활 즐기고, 해외여행이나 다니겠습니다."
이런 팀원은 대개 저성과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은 맡은 일만 딱 하겠다고 하지만, 그 맡은 일을 정의하는 과정도 주관적입니다. 일이 완성되고 성과가 나오는 충분한 수준까지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회사 일이라는 것이 최선을 다해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에 임하니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협업이 필요한 일에서는 동료들이 함께 일하기를 꺼려합니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태도보다도 부진한 성과가 더 발목을 잡게 됩니다.
사춘기 아이라면 조금은 이해를 해 줄 수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숙한 논리를 만들어 갑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들리지만, 자기 논리를 세워보고 실험을 하는 과정이니 너그럽게 보아줄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 대든다고 주장을 꺾으려고만 하지 말고 다채로운 대응 논리를 제시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보지 못했던 사실의 다른 측면을 제시하며 눈을 조금씩 넓혀 주면 됩니다.
그러나 성인이고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에서는 사춘기 아이처럼 받아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팀원에게도 사춘기 아이와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려 하는 배려는 필요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작가이자 기업가인 신수정 대표는 '직장 생활의 성공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노력하기를 거부하는 팀원은 대부분 성장의 결정적 시기에 좋은 선배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개중에는 본인의 성장을 위해 팀장이 함께 고민해 주고, 지속적으로 면담하며 조언을 하면 달라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팀원은 그동안 '진짜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본인이 바뀌려는 생각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많은 조직이 팀장에게 코칭을 하라고 합니다. 코칭은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코칭을 받는 팀원이 자기는 전혀 단점이 없고, 달라져야 하는 이유도 모른다면 코칭 자체가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최고의 프로 코치라 하더라도 의지가 없는 사람은 코칭을 거부합니다.
성인인 팀원에게는 결국 "하라면 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이런 말을 하면 꼰대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팀장님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조직 문화가 성숙해 가는 시기입니다.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며 동기부여 하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할 방법을 찾습니다. 팀원의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팀장이 포퓰리즘에 빠지거나 온정주의를 펼치라는 뜻은 아닙니다. 팀원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조직문화일수록 단호할 때는 아주 단호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정주의로 흐르고 기준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이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팀장으로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팀장의 시간은 저성과자나 태도가 나쁜 직원을 개선하기 위해서 쓰여서는 안 됩니다. 핵심 인력, 성과가 날만한 사람에게 시간을 더 쓰는 게 맞습니다. 부가가치가 많이 나오는 곳에 팀장의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갖은 논리로 일에 핑계를 대는 팀원에게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합니다.
"이번 일은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만 해. 그리고 매주 1회 이상 중간보고를 하도록!"
팀원은 사춘기 아이가 아니고, 팀장은 부모가 아닙니다. 부모도 대학 입시 결과라는 성과에 시달리긴 하겠지만, 자녀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건강 관리, 친구들과의 관계, 다양한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팀장은 성과를 위해 존재합니다. 팀원의 성장, 동기부터, 팀워크... 모두 팀장이 챙겨야 할 요소입니다. 모두가 성과가 어느 정도 기반이 되었을 때 가능한 것들이고, 결국에는 성과를 위한 요소들입니다.
딱 주어진 일만 하겠다고 하는 팀원 때문에 속 터지는 팀장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쉽게 바뀌지 않을 이들을 위해 고생하느니 이들을 팀에서 내보내는 게 쉽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태도 나쁜 직원의 처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팀원 입장에서는 이들도 어쨌든 동료입니다. 지금은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언제 저 친구처럼 내쳐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한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나머지 10명의 마음속에 싹트는 두려움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팀원은 개선 기회를 주지 않고 내보내는 것도, 개선을 위해 과도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모두 답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개선 노력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 선까지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 함께 고민해 줍니다. 코칭을 통해 스스로 더 나은 도전을 하도록 애써봅니다. 그 선을 넘어 노력을 투자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팀장의 권위를 활용합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흘러도 상관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피드백을 합니다. 구체적인 지시에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그때는 진짜 내보내는 수밖에 없겠죠.
사랑받는 아이는 사랑받은 준비가 되어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