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길고 긴 캐나다 겨울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집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긴 겨울을 보냈을 텐데, 이곳은 5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지고, 음식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밖에 나가서 사회적 활동을 할 곳이 없는 가족 중심적인 곳이다.
일 헬스장 집을 오가는 지겨운 생활이 반복되던 초봄,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근교에서 10km 달리기 이벤트가 열린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삶에 새로운 변화와 자극이 필요했던 나는 목표를 설정하고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생전 뛰어본 적도 없는 내가 10km 달리기에 등록하고 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뛸 거라고 자부했다.
달리기 초보인 내가 10km를 뛰기 위해 주어진 시간 약 한 달.
한 달 동안 주 3-4회를 목표로 꾸준히 뛰어야 했다.
달리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달리기를 위한 신발도 옷도 없었지만, 다른 운동과는 달리 달리기는 딱히 준비할 게 없었다.
몸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긴팔 옷과 아무렇게 구겨신는 운동화 하나를 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첫날, 퇴근 후 야심 찬 첫 달리기를 위해 집 근처 호숫가에 도착했다.
무리하지 않고 3km만 뛰기로 했다.
3월이 이렇게 더울 수 있나?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내 몸은 왜 이렇게 무겁지?
마치 온몸이 달리기를 저항하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아팠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이렇게 힘든걸 왜 한다고 했을까....
그렇게 나의 달리기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