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지난 8월 말 속초로 여행을 떠났던 날이었다.
내내 날이 덥다가 그날은 오후에 잠시 구름으로 날이 흐렸지만, 워낙 아이들이 바다생물 채집을 좋아하는 터라, 일단 래시가드와 간단한 채집을 위한 준비물을 챙겼다.
원래 계획했던 강릉의 주문진에서 채집하기 좋은 스폿을 찾았고, 그곳에서 채집을 1시간 정도 한 후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좋은 오션뷰 카페를 제대로 즐기기로 했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가 찾은 채집스폿까지는 이동시간이 제법 걸렸다.
한 시간 정도 차로 이동 한 후 도착한 곳은, 블로그에서 찾아본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알아본 곳은 바위섬 있지만, 왼편으로는 바위섬이 파도를 막아주어서 물이 거의 들어오지 않지만 고여 있는 곳이 아니라 게와 소라게, 작은 물고기 등이 가득한 채집 천국이었었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 확인 한 장면은 물이 허리까지 차 있는 바다와 바위섬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미 해수욕장의 폐장기간이라 안전요원도 없지만, 가족들끼리의 여행객이 제법 물속에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물속에서 놀기로 한 것이 아니기에 다시 지난번 아쉬움을 가득 담았던 채집코스 아들바위 쪽으로 차를 돌렸다.
다시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이미 시간은 3시를 넘어가고 있기에 아들바위 근처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린 터였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집을 위해서 발만 담그고 고동 따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도 꽤 많은 가족들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고, 초롱이와 초콩이도 슬슬 물속으로 들어가서 스노클링을 제대로 시작했다.
채집놀이는 오래 하고 싶었지만, 해가 비치지 않으면서 초콩이가 너무 춥다고 해서 나는 자리를 잡고 책 한번 펴보지 못하고 다시 짐을 챙기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짧은 채집놀이의 공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집으로 돌아온 후, 초롱이는 괜찮았지만, 초콩이가 슬금슬금 열이 나기 시작했다.
첫날은 대수롭지 않게 감기가 걸렸나 싶어서 집에 있던 해열제 상비약을 먹이고 재웠다.
"초파, 초콩이 열이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은데? 체온계 좀 줘봐."
"몇 도야?"
"39도가 다 되어 가는데?"
월요일 새벽 나는 오전 반차를 내고 초콩이와 이비인후과를 다녀온 후에 출근을 하기로 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감기이거니 하면서 편도가 조금 부었으니 항생와 해열제를 처방해 주었다.
사실 초콩이는 열이 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유치원에 일단 가보로 했다.
유치원에서도 혹시 열이 38.5도 이상 되면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했고, 초콩이는 늘 4시쯤 태권도로 하원하기 전에 해열제를 먹고 태권도로 갔다.
선생님께 여쭈어봐도 밥도 잘 먹고, 전혀 처지거나 늘어지는 것 없이 활달하게 놀았기에 내가 미리 부탁해서 열을 체크하기 않았다면 열이 나는지조차 몰랐다고 하셨다.
그렇게 초콩이는 열이 떨어지지 않은 채로 3,4일이 지났고 밤마다 고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이비인후과에 한번 더 방문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열이라면 일주일은 갈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주위에서는 기침 없는 폐렴일 수도 있다는 경험담을 들었기에, 초콩이가 아기 때에 주로 다녔던 소아과에 부랴부랴 가보기로 했다.
"선생님, 이비인후과에서 항생제와 해열제를 5일 정도 먹고 있는데 아직도 밤마다 고열이 나요. 밥도 잘 먹고, 행동도 처지지는 않는데 열이 안 떨어져서 혹시 폐렴일까 걱정이에요."
"어머님, 일단 코로나 검사는 해 보셨나요?"
"집에서 간이키트로 해 봤는데 음성이 나왔어요."
"그러면, 독감과 같이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열이 고열이라 아무래도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독감이길 내심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계속 나니 불안했기 때문이다.
"초콩이 어머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 코로나도 독감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미세플라스마 폐렴도 아닌 것 같아요. 기침이 없다고 해도 폐 소리가 너무 깨끗해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비인후과에서 먹었던 항생제 말고 다른 항생제로 먹여봅시다."
그렇게 찜찜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내 발걸음이 영 기운 빠졌다.
'아니, 독감도 코로나도 아닌데 왜 열이 나는 거지?'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초콩이 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려 웃으면서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초콩아 우리, 다이소에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