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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Apr 04. 2020

04. 티베트의 하루를 공유하며

인도/맥그로드 간즈

맥그로드 간즈에서 한적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이곳에서 길게 일정을 잡고 비교적 여유롭게 일과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생각 없이 길을 걷는 도중 어느 티베트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요?' 영어가 아니다. 무려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뭐지 한국인인가? 말이 걸려온 2층 창문 쪽으로 고개를 들어 보았다. 분명 티베트 사람이었다.


 '한국말할 줄 아세요?'


나는 놀라 소리쳤고 이후 위로 올라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티베트 사람인데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여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으며 한국에 놀러 가 보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오늘 소풍 갈 건데 괜찮으면 같이 갈래요?'


그런 그는 내게 이런 제안을 건네 왔다. 본인의 동료들과 근처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는데 할 일이 없으면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말이다. 사실 나는 맥그로드 간즈에서 큰 일정이 없었고 당시에도 할 것이 없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던 터라 그 제안에 승낙하게 되었다.


각종 피크닉에 필요한 짐을 챙기고 오토바이를 타고 산길을 지나 피크닉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변이 구름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들은 짐을 풀고 돗자리를 펼치고 피크닉에 필요한 각종 음식 거리등을 꺼낸 뒤 숲으로 나무를 구하러 들어갔다. 나도 함께 들어가 장작으로 쓸만한 나뭇가지를 찾았다.


그들은 장작으로 불을 지핀 다음 고기를 굽고 돗자리에 앉아 포카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음식을 먹고 장작 위를 뛰어넘기를 하며 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같이 노는 모습에 훈훈했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어떻게 이렇게 장작을 잘 지피냐고 물어보니 동료들이 티베트에서부터 직접 망명해오느라 불을 지피는 등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대답을 받았는데 뭔가 지금은 저렇게 즐거워 보이는 분들이 많은 고생을 하여 이곳에 왓을 것을 생각하니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난 하루 종일 타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다.


서로 티베트어와 한국어를 교환하며 게임을 하는 등 맥그로드 간즈에서 예기치 못했던 즉흥적인 경험은 내게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포커를 치던 모습
장작 불 피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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