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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는 오로지 기타, 기타, 기타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도전의 맛

by 잼인

7월 초, 일 년의 반이 지났고, 진담 섞인 농담으로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반년이 지났네!”라고 자조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나… 공연했다!


일렉 기타를 배운 지는 햇수로 2년이 됐으나, 열심히 하지 않았던 시기가 길어 아직 능숙하게 치지는 못한다. 내 부족한 실력을 알기에 당연히, 공연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과 합주하는 것도 기대한 적 없었다. 그저 막연히, 치다 보면 40대쯤에는 합주를 할 만한 실력이 되지 않겠냐며 태평하게 베짱이처럼 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타 선생님의 제안에 홀라당 마음이 움직여 무대에 올라보기로 결심하는데… 기타 선생님이 학원 파티에서 공연할 수강생을 찾고 있다며, 모두에게 제안하는 게 아니고 공연할 실력이 되는 분께만 하고 있다는, “당신은 선택 받았다”라는 마법의 제안 멘트를 던졌기 때문.


곡이 정해진 후에는 퇴근 후 매일 연습을 나갔다. 혼자 쳤을 때야, 안 되는 부분은 그냥 포기하고 선생님께 징징대는 걸로 끝낼 수 있었지만, 멤버들과 합을 맞춰야 하므로 안 되는 부분도 해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로 여전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악보를 보며, 자꾸 막히는 부분에서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연습실에서 괴로워하며.


합주날엔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연습실로 향했고,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기타를 잡고 우당탕 연주했다. 선생님 왈, 그때 내 울기 직전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합주에서 까발려진 나의 부족한 실력에 충격을 받고는 일주일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공연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입맛을 잃고 오로지 머릿속에는 기타, 기타, 기타뿐이었다.


나름 많이 나아졌다고 자부했으나, 대망의 공연 당일, 리허설부터 완전히 망했다! 또다시 충격에 휩싸여 불안한 표정으로 공연장 뒤편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타 연주를 하는 세 명 모두 그러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선생님이 “여러분, 즐겨요. 즐겨!”라며 연습 좀 그만하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머릿속에는 기타, 기타, 기타뿐이었다.


아주 멋있는 공연을 펼쳤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실수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심지어 내가 리드기타로 연주하는 곡을 할 때는 도입부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줄 하나를 잘못 건드려 엉뚱한 소리가 난 순간, 그 다음에 어디를 쳐야 하는지도 까맣게 잊어 난처하게 웃으며 잠시 기다렸고, 다음 파트부터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중간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만, 조금 불안했던 마무리 부분만큼은 깔끔하게 쳐서 다행이었다.


공연 직후, 아니 다음날까지도 후련한 마음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실수한 파트가 자꾸 떠올라 “악!”하고 괴로워했고 나는 무대 체질이 아닌가 보다 한숨을 쉬고 다시 합주나 공연은 안 해야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내가 기특해 죽겠다. 한 곡을 완곡해 본 적도 없던 내가 두 곡이나,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다니! 내 평생 악기 연주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간지나는 일렉 기타를 연주했다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못할 걸 알면서도 한다고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좋게 말하면 평온하고 나쁘게 말하면 좀처럼 가슴이 두근대는 일이 없는 요즘이었다. 새로운 사람, 공간, 일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택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조금 재미없는 인간이 되었다고 느꼈던 터라, 이 경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하고, 토할 것 같아 하면서도 아무튼 노력해서 어떻게든 해내는 것.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아드레날린의 짜릿함이었다. 곱씹을수록 그 공연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며,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쩔쩔매며 연주하는 내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파티 당일엔 즐기지 못했지만, 이제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당당하게 2025년 상반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나 붙잡고 눈을 빛내며 “제가요, 음악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일렉 기타를 배워서 얼마 전에 공연까지 했어요. 대단하죠?”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들뜬 마음을 와다다 침을 튀기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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