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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08. 2024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

1. 오늘 소개할 책은?

서브컬처를 비평하는 너튜버 ‘마이너 리뷰 갤러리’의 책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입니다. 제가 오전에 확인을 해봤더니 현재 17만 60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더라고요.



2. 우리가 ‘오타쿠’라는 말을 요즘 일상에서 자주 듣긴 하거든요. 그런데 일본어라 정확한 뜻을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어떤 뜻인가요?

‘오타쿠’라는 용어는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에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1960년대 일본은 학생운동이 가장 격렬한 나라 중 하나였어요. 그러나 ‘일본판 68운동’, 그러니까 1968년, 군 독재정부나 권위주의적 정권에 맞서 정치적 압력을 받던, 이들이 일으킨 사회 운동이 있었는데요. 그걸 일본에서는 ‘전공투 운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생운동이 1970년대 들어 저물어가면서 젊은이들은 정치보다는 조금 더 생활 밀착적인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때 집에 틀어박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된 학생들이 ‘오타쿠’라는 집단을 형성했다는데요. '오타쿠オタク'는 본래 '집'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고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오타쿠들만 즐기던 일본의 서브컬처가 점차 소수자들의 문화에서 벗어나 대중문화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3. 그렇군요.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으시겠죠?

네, 서브컬처 비평 너튜버가 쓴 책인 만큼 이 책 역시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문화 트렌드를 예측하는데요.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관점에서 살피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작품을 11가지 키워드로 분석하고요. 이러한 작품들이 문화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오타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4. 네,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1부에서는 서브컬처와 오타쿠의 개념과 역사를 다룹니다.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책이 시작되는데요. 소수자 문화였던 서브컬처가 대중문화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오타쿠라는 집단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배경을 설명하고요. 2부에서는 일본의 전쟁과 서브컬처의 관계를 살핍니다. 3부에서는 오타쿠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각 장르에서 나타나는 오타쿠의 욕망을 읽어내는데요. 예를 들어, 여성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통해 그들의 욕망을 살펴보고, 소년들의 미소녀에 대한 꿈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욕망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 등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려줍니다. 4부에서는 서브컬처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다루는데요. 게임과 2차 창작, 아이돌과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서브컬처가 대중화되고, 참여하는 문화로 점차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마칩니다.



5. 이 책에선 어떤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나요?

저자는 책에서 일본 서브컬처 작품을 68개나 다루는데요. 그중에서도 <리본의 기사>, <꽃보다 남자> 등의 작품을 통해서는 여성 오타쿠의 욕망을,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물 등을 통해서는 남성 오타쿠의 욕망을 분석합니다. 여성 오타쿠들은 사랑을 원하고, 남성 오타쿠들은 노력, 우정, 승리, 그리고 사랑을 원한다고 하네요. 또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예로 들면서 ‘세카이계’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에 맞서는 기존 주인공의 서사는 ‘구하지 못하면 세계가 멸망한다’였지만, <신세계 에반게리온>에서는 주인공이 세계의 존망을 ‘선택한다’에 가까운 스토리로 변했는데요. 이런 스타일은 유행이 되어서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것을 이른바 ‘세카이계’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일본어로 ‘세카이’(セカイ)는 ‘세계’라는 뜻이고요. 그 밖에도 <마징가 Z>, <철완 아톰>, <기동전사 건담> 등 거대로봇물을 통해서 반전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나온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그 시대상과 사회적 문제를 읽어내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6. 마지막으로, 우리가 오타쿠 문화와 서브컬처를 왜 알아야 할까요?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 책은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가 가지는 의미와 그 역할을 다룸으로써 이 문화들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서브컬처가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화콘텐츠와 소비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대중문화가 머지않아 끝날 거라고 본다는데요. 그 자리는 수많은 마이너한 문화들이 차지할 것이고, 그중 오타쿠 문화는 대중문화를 대체할 핵심 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대중문화 시장에서 서브컬처가 차지하는 빈도만 봐도 이미 알 수 있는 부분이고요. 만약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좋아하시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 장부터 먼저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4월 4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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