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모교장 연수 후기
일 년을 쉬고 학교로 복귀하던 그해 다시 학교를 맞이하는 일들이 낯설었다. 아직 아이들은 만나지 않았는데 그전에 업무로 만나는 일들에 먼저 지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아이들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데 위안을 한다. ‘새 학년 준비기간 연수’ 이름으로 3일간 학교에서 다양한 준비를 한다. 3월 아이들을 뒷전에 두고 업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 기간에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교실환경을 정비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책걸상을 학년 아이들 키에 맞춰놓고, 아이들 물건이 들어갈 사물함을 정리하고, 뒤편 환경게시물 등을 꾸면 놓는 작업에 한창이다. 담임은 이렇게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2월이다. 위에 보이는 모습은 유유자적 멋지지만 물속 발은 허우적대다 못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젓는 호수의 백조처럼.
담당 업무가 교무부서인 난 올해 학교교육계획과 3월 중 행사, 학생들 진급처리를 위한 사전 준비, 입학식과 시업식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이 과정에서 서툴고, 실수하는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 다시 수정하고, 또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만하면 그냥 넘어가도 될 텐데 자세히 꼼꼼하게 짚어주고 수정해 주는 관리자를 보고 원망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제각각이라고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제각각이려니 하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루 종일 소복소복 내리는 눈만큼 작년 학습연구년제가 그리웠다. 충전의 시간이. 이젠 적응해야지 하며, 작년 안식년, 학습연구년이 여유와 성찰의 시간이 올해 힘이 되리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웃어넘겨본다.
지금도 당장 내일 처리해야 할 일들을 부여잡고 있다가 나와한 약속인 100일 글쓰기는 지키려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제각각’이라는 말은 어제 혁신학교 공모교장 사례 연수할 때 들은 이야기다. 내부형 공모제 교장으로, 4년 기간제 교장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넉살 좋은, 유머와 위트가 있는 강사의 일 년 교장생활을 들려주었다. 마스크교장으로 부임해서 그동안 펼진 활약상을 우수사례처럼 이 아닌 실제 자신의 교육철학과 삶이 담긴 이야기를 인간미가 넘치게 발표했다.
먼저 다문화학생에 대한 배려였다. 다문화라는 용어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게 차별과 분리를 조장하는 언어라며 세계시민교육차원에서 쓰지 않거나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고. 농촌시골학교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다. 베트남이 가장 많고, 그다음 필리핀, 중국 등에서 온 엄마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어느 호텔에서 볼 수 있고 다양한 국기를 게양한 것처럼 학교에도 모국인 어머니 나라의 국기를 게양했다고 한다. 태극기 옆에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중국 국기를. 그 다문화 어머님들이 직장인 곳을 가기 위해 학교를 지나가면서 일부러 자신의 국기를 보며 뿌듯해한다고 한다. 일부러 보고 간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시는 할머니에게 스승의 날 명함을 만들어주셨다고 한다. 200장 한 세트로. 내용은 교육철학이 담긴 내용과 연락처 그리고 00 초등학교 환경미화원이라는 직함을 새겨서.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모두가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할머니는 뭐 이런 걸 만들어주냐고 몇 번 거절하시고 받아 드신 후 17장의 명함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자기 자식과 동네 이장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말은 안 하지만 자신을 약간 무시한 듯한 모습을 보인 그들에게 명함을 전해주며 뭔지 모르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지막은 수학여행 박물관 견학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우리는 박물관을 가며 일렬로 줄을 서서 누가 빠르게 보는지, 아니면 시간에 맞춰서 보고 오라는 식이다.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거다. 이걸 바꿔야 한다고. 아이들이 사전에 관심 있는 문화재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탐구한 뒤 그걸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안목이 생긴다는 이야기. 마지막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다. 보수든 진보든 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제각각이듯이. 젊은이들이 어르신들 행동을 이해 못 하고, 직장에서 상사의 행동을 이해 못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양하겠구나라는 마음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연수 끝난 후 내내 남았다. 선배들과 후배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연수였다. 업무로 급급해 화와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 이 연수를 생각하자. 애국과 교육은 다 제각각이다. 가르치려 하지 말자. (원고지 9.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