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기의 모든 것> 김나정, 지식의 날개, 2020
서평 쓰기는 내게 오랜 화두다. 식어갈 무렵 다시 잡아든 서평책이다. 비폭력대화에선 평가를 내리는 게 상대방에 대한 폭력일 수 있다는데 평가를 내리려는 걸까. 아무튼 책 제목에서부터 혹하는 유인책이 있다. ‘서평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자신감 있는 문장으로 제목을 정했다. 모든 것을 알려주는 듯. 하지만 진정한 고수들이 그렇듯 도를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 도를 모르는 거라고. 서평 쓰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이 책을 통해 나의 글쓰기에 부족한 부분을 알았다면 이 책을 읽는 목적을 다했지 않았을까.
모든 일에 단계가 있듯, 아이들 게임에도 레벨이 있듯, 기초, 중간, 고급, 또는 사람을 계급으로 나타내기는 뭐 하지만 천민, 평민, 귀족 등 다양한 위계가 있다. 이 서평책을 읽고 글쓰기에도 단계가 있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달았다. 서평은 어쩌면 고급 글쓰기다. 아직 흔한 일기 쓰기나 에세이가 되지 않는 상태, 글쓰기에 대한 기초가 서지 않고 서평을 쓴다는 건 무리란 걸 깨달았다.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가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의 차이다. 즉 독후감이 정서적인 글이라면 서평은 독자를 설득하는 논리적인 글, 논술에 가까운 글이다. 난 지금까지 서평이라 쓰고 내용은 독후감 즉 자신의 느낌과 정리, 개인의 호불호, 일기에 가까운 글이었다. 이 책을 읽고 아 서평이란 세 번 이상 읽는 정독의 자세로 꼼꼼하게 책을 대해야 서평을 쓸 수 있게구나 알게 되었다.
독후감이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완독이라는 ‘뿌듯함’에 대한 글이라면 서평은 배움의 자세로 정면으로 다가가 질문하고, 설득되는 과정에 대한 글이다. 기억을 좀 더 잘하기 위한 정리, ‘그 책’을 ‘내 책’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작가가 말한 일곱 가지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주며, 기록은 기억을 탄탄하게 보존시켜 줍니다. 공부 머리를 길러주고, 창조의 씨앗을 싹틔웁니다. ‘나’를 만드는 벽돌을 되며, 나아가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무엇보다 서평은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새로운 창을 엽니다.”(166쪽)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글은 ‘책은 직사각형 모양의 섬입니다’라는 글귀다. 바다라는 물리적인 환경으로 육지와 떨어진 존재인 섬. 그것에 다가가는 게 책 읽기이자 서평 쓰기다. 다가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건널 수도 있고, 헤엄을 하면서 갈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벽을 대하듯 만나는 책, 하지만 노크를 하듯 책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왜 이렇게 썼을까 생각해 보고, 이 섬은 누구에게 추천해야 될까 등 다양한 고민이 함께 한다면 튼튼한 다리가 된다. 그러면 섬은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닌 연륙도로 연결된 육지가 된다. 진정 내 것이 된다. 책의 틈새를 파고들어 남의 책이 남의 생각이 내 생각과 버무려져 내 책의 씨앗이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커지게 된다.
이 글 제목처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기’이다. 하지만 거인이 쉽게 올라탈 수 있도록 순한 게 아니다. 그냥 사람도 무장적 몸을 밟고 올라가면 화를 낼 것이며 내팽개칠 것이다. 조심스럽게 어떤 도구 즉 사다리나 점프력이라는 기능과 기술을 이용해 올라타야 할 것이다. 성격 더럽고, 난폭한 거인을 순하게 만드는 설득의 힘, 대화의 기술이 있어도 거인의 어깨를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거인이 누워있을 때 어깨를 올라간다. 굳이 거인이 아니더라도 같은 중인이면 또 어떤가. 이런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생각하는 것 포함한 다양한 기술과 능력이 서평 쓰기의 방법이겠지. 서평 쓰기 책을 통해 글쓰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게 가 고민된다. 남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섬이 다리로 연결되듯 나의 다양한 이야기가 책을 통해 연결되길 바란다. 책뿐만 아니라 삶과도 연결되길(원고지 9.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