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이주윤, 드렁큰에디터,
글쓰기가 시들해졌다. 힘을 얻고자 인터넷에서 찾아낸 글쓰기 책. 그래 스물넷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오늘 마을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다 신간자료대에서 찾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코로나로 마을도서관은 그 자리에 앉아서 읽을 수가 없다. 대여만 가능하다. 그것도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대여 가능 권수는 늘었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 책과는 많이 만나라는 뜻인가 보다. 단 안타까운 것은 도서관에만 머물러 있는 책을 찾아가는 방문 도서대여를 했으면 한다. 너무 소비자 중심의 생각일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마을공터에 책대여버스를 운행하면 아이들이 더 책을 자주 만나지 않을까.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안겨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차 옆길로 빠졌다.
이 책은 출판사 이름처럼 술 취한 사람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전람회 노래제목처럼 취중진담이라는 낱말이 떠오르게 한다. 이주윤 저자를 처음 듣지만 진솔한 작가겠다는 짐작을 해 본다. 출판사부터 시작해서 영어식 낱말이 많이 나온다. 먼슬리에세이로 나온 두 번째 출판물, 주제가 출세욕에 대한 이야기다. 먼슬리에세이 즉 월간이다. 먼슬리에세이나 월간이나 둘 다 영어식, 한자식 표기지만 월간이라고 했으면 훨씬 이해가 빨랐을 텐데. 먼슬리에세이라 해서 한참 생각했다. 아무튼 시리즈 책 보다 더 조그만 크기의 책이다. 분량도 170쪽 내외로 많은 페이지는 아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뒤 저녁 먹고 2시간 정도 집중해서 읽었다. 책을 읽고 묵혀서 소화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글감 고갈상태에서 이렇게 빨리 낚아채서 글을 쓴다.
책 쓰는 작가의 솔직하게 말하는 출세욕과 글 쓰는 삶을 추구하는 가치관 이야기다. 파트 1,2로 나누어 파트 1은 이것은 신세한탄이 아니다는 부제목처럼 글쓰기의 힘든 과정을 이야기한다. 간호사로 시작해서 칼럼작가, 글쓰기를 배운 과정 등 현재까지의 다양한 글쓰기 여정을 이야기한다. 취중진담으로. 여과 없이.
“너의 재능일랑 의심하지 말거라, 그러한 근심에서 빠져나올 수 없거든 마냥 괴로워하지만 말고 그 근심에 대해서라도 쓰도록 하거라, 그렇게 거듭 쓰다 보면은 너 역시 나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 하난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 지친 내 등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봉준호 외할아버지 박태원 작가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으며 몽상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파트 2는 이것은 노하우가 아니다는 부제로 글쓰기에 대한 작가만의 비법을 이야기한다. 문창과 국문과 출신이 아닌 작가는 책과 글쓰기 학원 등을 통해서 열심히 배웠다. 그중에 글쓰기 책을 통해 배운 것 중 취사선택한 내용은 “이태준 선생님 귀뚜라미에서 시작하여 가을로 퍼져나가는 글을 써야지, 가을에서 시작하여 귀뚜라미로 졸아드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거시기 저자는 문단 첫머리를 접속사로 시작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왜? 난 그렇게 쓰는 게 좋은데, 분위기 전환하는 데 그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또 있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냥 쓸 거야. 버리기로 했다. 모든 책에서 공통으로 조언하길, 말하듯이 쓰되 단문을 사용하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글을 써보았다. 과연 쉽게 읽히기는 하였으나 무뚝뚝한 남자의 일기장처럼 영 재미가 없었다. 버리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조언은 과감히 버려버리자.”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취사선택한다. 맞는 것은 적용하고 그렇게 않고 어색한 것은 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개성 있는 글,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이 나온 것 같다. 가수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듣다가 깨달았다는 노래 같은 글을 추구한다고 한다. 리듬이 있는 글. 짧고 길고,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쓴단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돈이라는 경제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 독자들이 김애란, 임경선, 이슬아에게만 열광하니 자신도 좋은 책을 써서 출세하고 싶다는 속내를 진솔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 단 돈을 초월해 자신이 내가 아닌 나로 살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와 책값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에서 작가의 글에 대한 애착과 절실함을 느꼈다. 취중진담이라 옆애서 친구가 글쓰기에 대한 취향이 같은 이들이 모여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경제적 글쓰기와 계속 쓰기 위해 갸인 기술을 전하는 에세이다. 숨은 맛집을 찾은 기분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엉뚱함을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다.(원고지 11장)